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8-08-10 15: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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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코리아가 화재를 경험한 차량 소유주와 그렇지 않는 소유주 양쪽에서 원성을 듣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화재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BMW코리아 등을 상대로 공동 소송을 제기한 차량 소유주 사이에서 ‘차라리 차량에 불이 나는 게 손해를 덜 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이 2018년 8월6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잇단 차량 화재 사고를 놓고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BMW코리아가 리콜 계획을 밝히기 전에 불이 났으면 중고차 시세라도 온전히 보상받을 수 있었는데 잇단 화재사고와 리콜 계획 발표 이후 중고차 시세가 떨어져 추가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BMW 차량 소유주들의 공동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화재를 경험하지 않은 소유주들 가운데 차라리 화재가 나는 게 낫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분들도 있다”며 “그런 분들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며 달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화재를 직접 경험해 BMW코리아의 보상을 받은 차량 소유주들 가운데 일부도 보상 과정을 놓고 불만을 보이고 있다.
화재 원인이 제작 결함 때문이었다는 점을 미리 알았다면 중고차 시세만 보상받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BMW코리아는 과거에도 잇단 차량 화재로 논란을 일으켰고 2016년 2월경부터 ‘원인 불명’이더라도 화재를 겪은 고객들에게 중고차 시세를 보상해주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화재를 직접 경험한 차량 소유주와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의 말을 종합하면 BMW 딜러회사들이 BMW코리아의 방침에 따라 중고차 시세를 보상하면서도 운전자의 과실 등을 이유로 보상 규모를 줄이려 했거나 원인 불명이더라도 중고차 시세를 보상한다며 생색내기식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딜러회사 관계자들은 먼저 판매 조건 등을 제시하며 BMW 신차 구매를 유도했다는 말도 나왔다.
올해 들어 직접 화재를 경험한 한 BMW 차량 소유주는 “딜러회사 관계자가 보상 절차 등을 소개한 뒤 먼저 BMW 신차 구매를 제안했다”며 “BMW 동호회 커뮤니티를 보면 화재 원인이 불명으로 나오더라도 중고차 시세를 보상받을 수 있고 신차 구매를 제안 받았다는 이야기가 많은 걸 보면 일종의 '매뉴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BMW코리아와 딜러회사들은 과거에도 차량 화재사고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지만 원인 규명을 소홀히 해 고객들의 피해를 키웠다. 이 과정에서 차량 판매에만 급급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앞으로 BMW코리아가 화재의 원인을 알게 된 정확한 시점을 밝히는 일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BWM코리아는 차량 화재사고가 이전부터 잇달았지만 화재의 원인을 특정한 시점은 2018년 6월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BMW의 설명이 석연치 않다며 늑장 리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회사는 2016년 2월경부터 화재 차량에 중고차 시세를 보장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며 “딜러회사들이 보상 합의 과정에서 신차 판매를 유도했는지 등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MW코리아와 딜러회사들을 상대로 화재를 경험한 차량 소유주와 그렇지 않은 소유주 양쪽에서 소송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에 따르면 9일까지 BMW 차량 소유주 30여 명이 손해배상 소송에 추가로 참여해 다음주까지 모두 350명이 소송에 동참한다. 법무법인 인강이 모집하고 있는 공동 소송 청구인단 규모는 3일에 이미 1천 명을 넘어섰다.
한국소비자협회도 BMW 차량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소송인을 모집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