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떼고 포 떼고 뭐가 남을까?’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앞에 서면 초라해지는 기업소득환류세 얘기다.
현대차그룹이 10조5천억 원에 낙찰받은 삼성동 한전부지에 115층짜리 건물을 짓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정부는 대기업 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현대차그룹이 이런 계획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물심양면' 밀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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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특히 정부가 발표한 경제활성화 방안의 3종 세트 가운데 하나인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에 수천억 원대의 세금까지 면제해줄 경우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이 지상 115층(높이 571m, 용적률 799%) 건물에 본사 사옥을 포함한 업무시설과 전시·컨벤션 시설 등 복합시설을 조성하겠다는 ‘한전 부지 개발 구상과 사전협상 제안서’를 받았다”고 1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의 계획에 따르면 복합시설 부지 상당 부분은 사무실과 전시·컨벤션 시설 등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그룹은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이 투자, 임금인상, 배당 등에 당기소득의 80% 이상을 쓰지 않으면 미달하는 금액에 10%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세법 시행령은 업무용 건물 신증축 건설비와 토지 매입비를 투자로 인정하고 있다.
기재부는 2월 중 관련 시행규칙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업이 취득한 업무용 부동산에 기업제품 전시공간도 포함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과 관련된 전시장은 기업활동과 연계돼 있고 임대를 해주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용 부동산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호텔이나 쇼핑센터 등 전시·컨벤션 공간 외 나머지 공간도 업무용 공간으로 포함될 경우다.
호텔 등 일부 부지는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되면 세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기재부가 부지 일부만 비업무용으로 쓸 경우도 부지 용도별로 세금을 매기지 않고 전체를 업무용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야 할 세금부담은 사실상 전액 감면될 가능성이 높다.
또 부지 매입시점 산정도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기재부는 토지매입 시점부터 업무용 건물 신증축을 위해 착공하면 투자로 인정해주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곧 현재차그룹이 착공을 위한 첫 삽을 뜨는 시점부터 업무용 투자로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은 부지매입 절차를 오는 9월 안에 마무리짓고, 1년5개월 뒤인 2017년 1월까지 착공에 들어가려고 한다.
기재부는 이런 계획에 맞춰 기업이 토지를 매입한 시점부터 1년 6개월 전후로 업무용 건물 신증축 공사를 시작하면 투자로 인정하는 방향을 고려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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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7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며 한전부지 인허가 절차를 앞당겨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이 착공시기를 앞당기면 5조 원 상당의 개발비용도 투자비용으로 인정을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절차를 진행하는 기간을 줄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에서 투자로 인정되는 업무용 건물 신증축용 부지 판단시 업무용 건물의 범위, 업무용 판단기준 등은 2월중 발표예정인 법인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정해질 사항”이라며 “현재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 새 사옥을 기업소득 환류세제 부과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현대차그룹에 대한 특혜논란 때문에 복합건물 안에 들어서는 시설용도에 따라 규정을 달리 적용해 과세 대상을 정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