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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매각 추진, 홍성국 위기일까 기회일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2-02 11: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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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증권 매각 추진, 홍성국 위기일까 기회일까  
▲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뉴시스>

KDB대우증권 매각이 올해 추진된다.

홍성국 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사장에 올랐는데 큰 산을 마주하게 됐다. 홍 사장에게 기회이자 위기인 셈이다.

홍 사장이 매각을 순조롭게 매듭짓는다면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더욱 탄탄한 대로를 달릴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 대우증권의 몸값을 최대한 올리고 매각에 따른 대우증권의 불안도 잠재워야 한다. 홍 사장은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경영능력에 의문표가 꼬리처럼 따라붙었는데 이를 일시에 뗄 수 있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의 경우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금융에 인수되자 노사갈등을 최소화하고 인수 이후 조직통합을 순조롭게 이뤄 통합법인 사장이 됐다. 홍 사장에게 이런 길이 열려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일이다.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매각을 놓고 조율을 잘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요구를 받을 수 있다. 대우증권은 이번 사장 선임에서도 나타났듯이 줄대기 등 내부갈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홍 사장의 전임인 김기범 사장은 매각을 준비하는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의 경영방침을 놓고 갈등을 빚다 퇴진압력을 받고 낙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사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증권 매각에 대해 “우리는 팔리는 입장이기 때문에 매각과 관련해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만 잘 만든다면 누가 인수해도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지분 43%를 보유한 최대주주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대우증권을 올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홍 사장은 이런 입장을 밝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대우증권이 올해 상반기에 매각절차를 시작하느냐는 질문에 “대우증권 매각은 증시와 관련된 일로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금융위는 신 위원장이 이런 발언을 한 전날 올해 안에 대우증권 매각공고를 내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달 28일 대우증권을 포함한 산업은행 금융자회사의 매각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매각 추진, 홍성국 위기일까 기회일까  
▲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왼쪽 첫째)이 지난해 12월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제일모직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 홍성국의 장기 성장전략은 유효할까


홍 사장은 대우증권 매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등 대우증권의 몸값을 올려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대우증권은 매각작업에 들어갈 경우 순이익이 높아야 매력적 매물이 된다. 순이익을 높이려면 지나치게 규모가 크거나 장기적으로 성과를 봐야 하는 곳에 투자하기 어려워진다.

홍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할 때 대우증권의 장기적 성장전략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대우증권 매각이 추진된다면 아무래도 장기적 성과를 보면서 전략을 펼치기 어려워진다. 당장 산업은행이 대우증권의 매출가치를 훼손하는 경영에 제동을 걸고 나올 공산도 크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산업은행이 대우증권을 매각하려 할 경우 증권업계의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 수립이 힘들어진다”며 “대우증권은 4조 원대의 자기자본에 기초한 투자가 강점이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장점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홍 사장의 전임자인 김기범 사장의 낙마가 대우증권의 불확실성에 대해 잘 말해준다.

김 전 사장은 임기만료 8개월을 남겨둔 지난해 7월 개인적 이유를 들어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사장은 대우증권이 지난해 상반기에 순이익 901억 원을 내면서 증권업계 2위에 오르게 만들었으나 갑자기 퇴임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김 전 사장이 장기적 성장에 방점을 둔 경영전략을 추진하다가 산업은행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사장은 2012년 취임한 뒤 중국 현지 증권회사를 인수하는 등 해외사업 확대를 추진했다. 산업은행은 이 과정에서 대우증권의 몸집이 너무 커쳐 당장의 수익성에 위험이 생기게 되면 매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걱정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은 산업은행과 마찰을 일으키다 중도퇴임한 것”이라며 “수익구조 재편 등으로 매각을 준비하라는 요구가 계속 있다면 홍 사장도 결국 문제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우증권 구조조정 가능성

홍 사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증권은 시장상황이 어려울 때도 신입사원을 계속 뽑았다”며 “소매금융부문의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으나 대우증권은 투자은행과 해외사업부문 등이 잘 받쳐주고 있어 당장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증권 매각작업이 본격 추진되면 홍 사장이 구조조정 과제를 떠안야 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그동안 증권회사들은 매각을 앞두고 구조조정으로 조직과 인력을 줄여 기업가치를 올리는 작업을 해 왔다.

당장 현대증권은 오릭스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전인 지난해 400여 명을 줄이고 영업점 18개를 통폐합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해 4월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이 확정되자 희망퇴직 등으로 1년 동안 전체 직원의 11%에 이르는 350명 가량을 정리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퇴직금 제도를 누진제에서 단수제로 바꾼 것 외에 별다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퇴직금 단수제는 10년 동안 일했을 경우 퇴직금으로 10개월치 월급만 주는 것을 가리킨다. 누진제 시절 6개월치 월급을 더 얹어줬던 데 비해 퇴직금을 줄였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본사 영업부서를 대상으로 성과급체계를 도입하면서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가 우회적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자 당초 예정됐던 약 170명 가운데 60여 명만 전환된 상태에서 도입을 중단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현대증권 매각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5월이면 매각작업이 끝난다. 그러고 나면 산업은행의 관심은 대우증권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KDB산업은행이 지난해 말 정책금융공사와 합병해 통합 산업은행으로 출범하면서 대우증권 매각을 가로막을 내부적 요인은 대부분 사라졌다”며 “산업은행이 홍 사장에게 대대적인 조직쇄신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매각 추진, 홍성국 위기일까 기회일까  
▲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 홍성국의 운명

홍성국 사장은 대우증권 매각이 추진될 경우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노동조합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 노동조합은 김기범 전 사장이 지난해 7월 퇴임한 뒤 산업은행을 상대로 경영에 간섭하지 말라며 장외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지난해 대우증권 안에 존재하는 130여 명 규모의 제2노조와 통합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는 대우증권 매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홍 사장은 대우증권 공채 출신으로 직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처음 사장에 올랐다. 그러나 오랫동안 리서치부문에서 근무해 다른 사업분야 경험이 적은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또 상대적으로 리더십이 부족할 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

대우증권 매각이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홍 사장은 이제 리더십 시험대에 섰다. 대우증권 매각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노조의 요구를 얼마나 잘 조율하느냐에 따라 홍 사장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홍 사장은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을 수도 있고 그동안 제기됐던 리더십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도 있다.

대우증권의 매각이 추진되면 현재로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입찰 참여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NH농협금융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했다. 당시 우리투자증권 CEO였던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근속 20년차 이상 부장급 직원 기준으로 퇴직금 2억4300만 원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 중재를 통해 구조조정을 이끌어 냈다.

김원규 사장은 무리없는 구조조정과 통합을 인정받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통합법인의 초대 사장에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증권 노조는 홍 사장이 선임된 뒤에도 산업은행에 신임 사장의 경영권 보장을 요구했다”며 “홍 사장이 매각문제에서 안팎의 압력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 계속 시험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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