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발표된 용산 국제업무지구 전경. |
서울의 노른자위 땅 용산구가 마침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미군기지 이전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 마스터플랜을 추진하면서 용산 개발을 향한 기대가 다시 부풀어 오른다.
이미 용산 지역 아파트 가격은 초강세다. 본격적 개발 계획이 제시되기만을 기다린다.
5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올해 들어 용산구 아파트 가격은 8.0% 오르면서 강남구(8.7%)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최근인 7월 다섯째 주에도 용산구는 0.44%로 관악구(0.68%)와 영등포구(0.51%)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두드러진 상승폭을 여전히 보인다.
용산구는 정부가 강남 집값 상승 억제 정책을 펴면서 풍선 효과가 나타난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일부다. 그러지 않아도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은데 개발 기대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도 집중된다.
오래 전부터 용산구는 서울 한복판에 있어 다른 어느 곳보다 개발 잠재력이 큰 곳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여러 현실적 제약에 가로막혀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이 진행되면서 용산개발 사업이 다시금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6월29일 주한 미군사령부는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기지에서 주한 미군사령부 청사 개관식을 열었다. 주한 미군 용산 시대를 마감하고 평택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셈이다. 주한미군은 2018년 말까지 평택 이전을 마치기로 했다.
정부는 기존 주한미군 부지를 2027년까지 대규모 국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부 시설 이전 문제와 환경 평가 등의 문제가 남아 있으나 100년 넘게 군용지로 사용돼 온 용산 땅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서울시는 이에 발맞춰 용산 미군부지 서쪽 지역을 개발하는 ‘용산 광역중심 미래 비전 및 실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용산 마스터플랜으로 불리는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7월10일 싱가포르 방문 중 기자간담회에서 용산 개발의 청사진을 밝혔다. 서울역~용산역 철도를 지하화하고 마이스(회의·관광·행사·전시)단지와 쇼핑센터를 만드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용산 마스터플랜은 당초 8~9월 발표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최근 가파른 주택 가격 상승을 우려한 국토교통부가 제동을 걸면서 다소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 마스터플랜은 원칙적으로 서울시 소관이 맞으나 코레일 소유 부지가 포함돼 있는 데다 철도 지하화 등은 국토교통부의 허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박 시장이 독단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 3일 정책협의체를 처음으로 열고 주요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 전 서로 공유한다는 기본 원칙을 정했다. 향후 논의를 확대하면서 용산 개발의 필요성을 설득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마스터플랜이 나오기 전이지만 이미 용산 개발사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용산구 이태원동의 유엔사 부지는 6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조성 계획 변경 및 실시 계획을 승인받았다. 일레븐건설이 2017년 1조552억 원에 낙찰받은 이 땅에는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와 1천 실 이상의 오피스텔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용산구청은 14일까지 부영그룹이 2014년 국방부로부터 매입한 아세아아파트 특별계획구역의 세부 개발 계획 결정안을 열람 공고한다. 부영그룹은 이곳에 890여 가구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분양한 나인원한남의 흥행 성공은 용산을 향한 높은 기대감을 잘 보여준 사례다. 나인원한남은 4년 동안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공급했는데 보증금 최고 48억 원, 월 임대료 250만 원의 초고가 아파트다. 분양 전환 가격 역시 3.3㎡당 6100만 원으로 높다,
하지만 청약 단계에서 평균 5.53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실제 계약률도 90%를 넘어서면서 사실상 완판됐다.
용산 개발 구상은 2001년 용산을 부도심으로 육성하기 위해 처음 지구단위계획을 마련하면서 구체화됐다. 용산역 일대는 물론 북쪽으로 서울역, 남쪽으로 한강변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개발계획이 제시됐다.
특히 용산 철도차량사업소와 주변을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계획이 2007년 확정 발표됐는데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며 크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금융 위기 등 경제적 환경 변화, 정권 교체 등 정치적 환경 변화, 미군기지 이전 등 사회적 환경 변화 속에서 용산 개발 계획은 일관되게 추진되지 못했다.
2010년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 계획에서 지구단위계획이 한 차례 변경됐으나 여전히 미군부대 이전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용산 개발 계획의 중요한 축이었던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자금난 2013년 무산되면서 용산 개발의 기대감이 크게 꺾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2017년 2월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용산공원 조성 계획 등을 반영해 지구단위계획 마스터플랜 수립에 들어가면서 용산 개발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2017년 7월 미8군 사령부의 평택 이전도 용산 개발을 향한 기대감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용산시티파크1단지 아파트 시세는 2017년 8월 평균 11억7500만 원에서 1년 사이 14억3500만 원으로 22.1% 올랐다. 용산파크이편한세상은 같은 기간 21.0%, 용산파크자이는 19.5%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