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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가장 화려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
박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5조 원 시대를 열었다. 1983년 설립 이후 32년 만에 기록한 최대성과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박 사장이 안고 있는 고민도 그만큼 크고도 깊다.
무엇보다 매출 대부분을 D램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사업구조를 바꿔 매출원을 다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박성욱 사장은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고 한다. 박 사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을 품고 있다.
박 사장의 꿈은 SK하이닉스를 종합반도체 회사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메모리 반도체사업 역량을 어떻게 강화해나갈지 주목된다.
◆ SK하이닉스, SK그룹 ‘간판’으로 자리매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SK그룹에서 단연 돋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17조1256억 원에 영업이익 5조1095억 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로써 2년 연속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하게 됐다. SK하이닉스의 2013년 연간 영업이익은 3조3800억 원이었다. 1년 만에 영업이익이 51.2%나 늘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18개 상장 계열사 가운데 지주사 SK에 이어 영업이익 순위 2위를 차지했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SK하이닉스는 201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SK그룹의 독보적 ‘캐시카우’였다.
시가총액을 놓고 보면 SK그룹에서 독보적 1위에 해당한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35조8177억 원으로 2위인 SK텔레콤과 거의 13조 원 가까이 격차를 벌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편입될 때만 하더라도 부채가 9조 원이 넘는 ‘적자 덩어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위해 베팅한 3조4천억 원이라는 금액에 대해 시장은 과도한 투자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2년 동안 8조5천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SK그룹에 안겨다주며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례라는 점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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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고성능 모바일 D램 '와이드 IO2' |
◆ 영업이익률 30% 비결은 ‘D램’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29.8%다.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률은 32%나 된다.
이런 영업이익률의 비결은 대표적 메모리 반도체인 D램 매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의 사업구조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7.6% 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D램 출하량이 전분기보다 18% 늘었다.
지난해 D램 시장은 호황기를 누렸다. 삼성전자가 주도한 D램 ‘치킨 게임’을 거치며 글로벌 D램시장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 회사가 과점하는 형태로 재편됐다. 업체간 치열한 가격경쟁에 따른 가격하락 우려가 해소된 것이다.
반도체 전자상거래사이트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D램시장 점유율은 26.5%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포함한 3개 회사가 전체 D램 시장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이 약화했지만 시장은 더욱 커졌다. 샤오미 등 후발주자들의 스마트폰사업 진출로 모바일기기용 D램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스마트TV와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카 등 사물인터넷(IoT)으로 신규수요도 발생했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012년 265억8천만 달러였던 D램시장은 2013년 344억5천 만 달러, 지난해 463억4천만 달러로 성장했다.
◆ 박성욱이 선택한 먹거리 ‘낸드플래시’
D램시장 전망은 올해도 밝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올해 글로벌 D램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14% 성장한 528억2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점친다.
하지만 D램에 크게 의존하는 매출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낸드플래시를 미래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0월 제7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낸드플래시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기술력과 경쟁력이 좋은 업체가 있다면 인수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용 저장장치로 주로 탑재된다.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차세대 저장장치로 주목받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도 낸드플래시가 사용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월 미국 바이올린메모리의 PCI익스프레스(PCIe) 카드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이어 6월 벨라루스의 소프트텍 펌웨어사업부를 사들였다. 두 회사 모두 낸드플래시 관련 솔루션 전문업체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경쟁력은 D램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램익스체인지 조사결과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10.3%로 삼성전자와 도시바, 샌디스크, 마이크론에 이어 5위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남은 과제는 낸드플래시사업의 경쟁력 강화”라며 “D램과 낸드플래시의 수익성이 균형을 맞춰야 주가도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7%에서 4분기 21%로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신기술을 적용한 SSD 등 신제품을 선보이며 올해 27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낸드플래시 시장을 공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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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지난해 8월 중국 심천에서 제4회 ‘CIS Showcase 2014’ 행사를 열고 현지 주요 고객사와 협력사를 초청해 CIS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CIS는 빛을 받아들여 이에 따른 전기적 신호를 출력해 이미지를 표현하는 반도체 소자로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이다. |
◆ 박성욱, ‘종합반도체 회사’ 꿈 이룰까?
박 사장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에도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 박 사장의 생각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비메모리사업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종합반도체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장규모가 훨씬 크다. 전체 반도체시장에서 비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0~80%나 된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는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등 2~3종류에 불과하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15개가 넘는다.
박 사장은 비메모리 반도체사업 역량을 점진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0월 기자들과 만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사업 진출은 아직 너무 먼 얘기”라며 “대신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을 다변화해 매출을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비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은 3% 수준이다. 이 비중을 단기간에 높이는 것은 어렵겠지만 지금부터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SK하이닉스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비메모리분야 기업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성 자산은 4조550억 원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설계전문업체 실리콘화일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며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CIS)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