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LCD 패널의 공급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 주도권이 BOE 등 중국업체에 완전히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패널업체의 물량 공세에 맞대응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LCD 생산공장을 대형 올레드패널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영산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중화권 업체들을 중심으로 나타난 LCD 공급 과잉이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며 "중국 패널업체의 공장 증설이 지속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LCD시장에서 수요는 지난해보다 6% 늘어난 반면 공급은 8% 증가했다. 내년에는 수요가 4.5% 증가하는 데 그치지만 공급은 10% 가깝게 급증하며 업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최 연구원은 "BOE와 차이나스타, 샤프 등 중화권 패널업체들은 중국 TV업체들과 수직계열화를 노려 대형 패널 생산을 계속 늘리고 있다"며 "한국 패널업체들의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일부러 공급 과잉을 이끄는 전략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LCD 패널 가격 하락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LCD에 아직 실적을 크게 의존하는 LG디스플레이에 타격이 훨씬 크다.
최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패널업체들과 점유율 싸움을 이어나갈 만한 자금 여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중국업체들이 시장을 곧 완전히 잠식할 것으로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되는데다 올레드패널 생산공장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해 LCD 패널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추가 투자를 검토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최 연구원은 특히 BOE가 패널 공급량과 가격을 모두 좌지우지하고 있는 핵심 업체로 주도권을 가져갔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가 LCD사업에서 실적을 개선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바라봤다.
BOE가 55인치 이상 대형 패널을 중심으로 출하량을 크게 늘리고 내년부터 LCDTV 수요도 감소하면서 LCD 패널 가격 하락세는 중장기적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결국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 LCD공장을 대형 올레드 패널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것 외에 뚜렷한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파악했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올레드 패널분야에서는 아직 중국업체들과 큰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 주도권을 지켜내며 LCD사업에서 받은 타격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최근 LCD패널 가격이 일부 상승했지만 이를 근본적 업황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며 "LCD패널시장을 완전히 잠식하려는 중화권 업체들의 목표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