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SK가 5천억 원에 이르는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엠팩(AMPAC) 인수를 결정하면서 SK 바이오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SK는 연 60만 리터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엠팩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100만 리터 규모의 위탁개발생산업체로 부각되고 있다”며 “SK바이오팜, SK바이오텍 등 바이오계열사와 시너지를 내 SK는 바이오사업 역량을 강화하게 됐다”고 바라봤다.
SK그룹은 지주사 SK가 자회사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팜을 통해 바이오사업을 키우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신약개발을, SK바이오텍은 원료의약품 위탁생산을 맡고 있는데 아직 사업규모가 크지 않아 인수합병이 필요했다. 특히 원료의약품 위탁생산은 대규모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인 만큼 대규모 인수합병이 필수적이었다.
최 회장이 2017년 6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유럽 생산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엠팩까지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바이오사업에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바이오텍이 현재 건설하고 있는 세종 공장을 2020년 완공하면 원료의약품 생산 규모는 더 늘게 된다. SK는 2020년 이후 생산규모를 세계 최대인 160만 리터 급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의 바이오사업 확대 전략은 최 회장이 반도체사업을 키운 방식과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
최 회장은 2011년 적자에 시달리던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SK그룹의 주 사업영역을 정유와 통신에서 반도체로 확장했다.
최 회장은 2016년 반도체 가스회사 SK머티리얼즈, 2017년 웨이퍼 전문회사인 SK실트론을 차례로 인수하며 그룹 반도체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올해 6월에는 약 4조 원을 들여 도시바메모리의 지분 15%를 확보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이처럼 반도체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했던 것은 인수합병이 반도체사업의 기술, 인력, 고객사까지 단숨에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바이오사업도 반도체처럼 성과를 거두는 데 오랜 시일과 막대한 자본이 드는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신약 하나를 개발해 이를 생산하려면 수십 년의 세월과 조 단위의 금액이 들어가는 데 인수합병은 이런 과정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바이오사업을 빠르게 키우기 위한 최 회장의 인수합병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바이오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이미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은 시작됐다. 셀트리온은 제3공장을 증설해 현재 19만 리터인 생산 규모를 55만 리터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년 내에 생산 규모를 54만 리터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다시 경쟁력 있는 바이오기업을 인수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현재 증권가에서 최대 약 5조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과 통해 SK그룹의 주력사업을 통신과 화학에서 반도체사업으로 바꾸는 성과를 이뤄냈다”며 “자금여력도 충분한 만큼 최 회장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만들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