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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뉴시스> |
삼성전자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뜻에 화답했다.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5의 출고가를 80만원대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 장관의 단말기 가격 인하 드라이브가 탄력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는 19일 대만에서 갤럭시S5와 갤럭시기어2, 갤럭시 핏을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갤럭시S5 16기가바이트 모델의 가격을 2만2,900 대만달러(한화 약 80만7,000원)로 발표했다. 32기가바이트 모델의 가격은 2만3,900 대만달러(한화 약 84만2,000원)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발표를 앞두고 업계에서 갤럭시S5의 출고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삼성전자가 공개하기 전까지는 전략 스마트폰인 만큼 100만원대로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 이후엔 낮은 가격 출시가 유력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전작인 ‘갤럭시S4’와 비교했을 때 하드웨어적 발전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저가의 고성능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삼성전자도 가격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이 많았다.
MWC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말은 갤럭시S5의 출고가가 전작보다 낮을 거라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갤럭시S5의 가격은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갤럭시S5의 출고가가 80만원대 중후반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이번 삼성전자의 출고가 발표는 업계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1일 전 세계 공식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국내 출고가는 이동통신사들과 협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아직 국내 출고가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엔 해외와 거의 동일한 가격으로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본다. 최근 제조사들이 정부의 단말기 출고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문기 장관은 지난 13일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에 공문을 보내 단말기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선 제조사들이 단말기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해당 공문에 단말기 출고가 20% 인하와 중저가 단말기 출시 등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최 장관의 계속되는 통신비 인하 드라이브에 삼성전자가 화답했다고 보고 있다. 최 장관은 지난 6일 국내 이동통신 3사의 CEO들을 만나 보조금 근절과 요금인하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현재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통신사에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의 보조금을 판매 장려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은 여기에 30만 원에서 40만 원의 자체 보조금을 더해 소비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 80만 원대 갤럭시S5를 내놓는 대신 이동통신사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최 장관의 출고가 인하 요구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회사가 입을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출고가를 낮추게 되면서 최 장관의 통신비 인하 노력에 힘이 실리게 됐다. 국내 시장에 대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만큼 낮은 출고가가 미치는 파급력은 크다. 삼성전자의 이번 출고가 결정을 계기로 최 장관은 다른 제조사들에게도 가격인하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최근 ‘G프로2’를 99만9,900원에 내놓은 LG전자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G프로2가 전작에 비해 하드웨어적으로 강화됐다는 것을 근거로 높은 출고가를 책정했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전자가 80만원대에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가격정책 수정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 장관의 공문 이후 일주일 만에 삼성전자가 반응한 만큼 LG전자도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갤럭시S5가 80만 원대에 출시되면 경쟁사들의 제품들도 높은 가격에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워크아웃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팬택은 걱정이 더 크다. 국내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출고가를 내릴 경우 정면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이 판매 장려금을 축소해 출고가 인하에 나서게 되면 소비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통신사에 제공됐던 장려금 만큼의 가격인하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