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7-09 14: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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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고혈압 치료제 원료에 발암성분 불순물이 포함되면서 판매가 중지되자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판매 중지된 의약품들이 대부분 국내 중소형 제약사 제품으로 드러나면서 이들이 원가 절감 차원에서 중국산 의약품 원료를 적극 수입해왔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문제가 된 중국 제약회사 제지앙화하이의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한 국내 제약사들은 거의 대부분 중소 제약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현재 판매중지 결정을 유지하고 있는 제약사와 고혈압 제품을 원외처방 실적 순으로 살펴보면 한국휴텍스제약(엑스포르테), 한국콜마(하이포지), CMG제약(아모르탄), 삼익제약(카덴자), 한림제약(발사오르,발사오르플러스), 한국프라임제약(엑스디핀), 위더스제약(브이디핀), 환인제약(스타포지), 한국유니온제약(유니포지), 바이넥스(코넥스), 광동제약(엑스브이), 한독(메가포지), 동광제약(발탄 플러스), 구주제약(씨알비),아주약품(사디반), 글로벌(글로포지) 등이다.
이에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중국 제지앙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고혈압 치료제 219개 품목을 판매 및 제조 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어 실사를 나서 115개 제품은 잠정 판매 중지 및 제조 중지를 유지하고 104개 품목은 판매중지 조치를 해제했다.
원외처방 1위였던 경동제약의 발디핀(107억 원)이 최종 발표에서 판매 중지가 해제되면서 그나마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발사르탄은 노바티스가 만든 의약품 원료인데 혈관을 수축하는 호르몬을 억제해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노바티스는 발사르탄을 ‘디오반’이라는 의약품으로 판매했는데 2012년 특허가 만료됐다.
이번 사태는 발사르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20여 개 발사르탄 복제약 제조사 가운데 중국 제지앙화하이가 만든 발사르탄에서 불순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5일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2A’로 분류한 물질이다. 2A는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은 입증되었지만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증거는 아직 불충분한 단계를 말한다. 미국보건사회복지부(HHS)에 따르면 고농도의 NDMA에 노출되면 간 이 손상되고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국내 수입된 발사르탄 수입량 11만6513kg 가운데 11.8%인 1만3770kg를 중국 제지앙화하이가 만들었다.
이번 사태 배경에 국내 중소 제약사들의 과도한 ‘원가 절감’ 시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산 발사르탄을 사용한 회사가 대부분 국내 중소형 제약사로 밝혀졌는데 이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원가가 저렴한 중국산 의약품 원료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국내 최상위권 제약사들은 중국산 원료가 싸더라도 품질 문제를 우려해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발사르탄 성분을 담은 복제약 ‘디오살탄’을 팔고 있지만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중국산 원료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중국산 발사르탄 사태를 계기로 국내 제약업계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중소 제약사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의사들이 고혈압 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중소 제약사의 제품 처방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약품의 생명은 신뢰”라며 “원료 수입처를 바꾸고 판매 중지 처분에서 벗어나더라도 매출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