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저유가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업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정 사장이 당분간 저유가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장기전략에 집중하기보다 당장의 저유가 체제에 적응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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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
SK이노베이션은 20일 미국 태양광전지 제조사 헬리오볼트를 청산한다고 밝혔다. 헬리오볼트는 14일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태양광 패널 공장 등의 자산을 경매에 내놓고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헬리오볼트 지분 47.9%를 5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뒤 추가투자를 포함해 총 7900만 달러를 헬리오볼트에 투자했으나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자 지난해 지분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태양광 업황 부진으로 지분매각 대상을 찾지 못했다. 태양광전지 경쟁이 심화하고 저유가가 겹치며 태양광사업이 타격을 입자 SK이노베이션은 결국 태양광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이달 중순 싱가포르 주룽아로마틱콤플렉스(JAC)의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변경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JAC는 SK그룹이 합작벤처 형태로 설립한 석유화학공장이다. SK그룹의 JAC지분은 30%인데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석유화학 지분 5%가 포함돼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원유를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JAC 설비를 변경하고 있으며 3월경 공장이 재가동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JAC는 당초 고유가에 대비해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원료로 사용하도록 돼 있었으나 유가하락으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내리자 원가절감 차원에서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런 움직임은 저유가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유가 폭락으로 지난해 3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약 3천억 원에서 5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다.
정철길 사장은 신년사에서 “지금은 생존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사업구조와 수익구조를 혁신해 한계상황에서도 생존 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계획보다 당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저유가에 대응하려는 것”이라며 “저유가 국면이 오래 지속된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래전략사업인 태양광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나 고유가에 대비해 천연가스를 사용하도록 한 제조공장을 원유사용으로 바꾸는 것은 당분간 유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국제유가의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내다 본다. 석유수출기구가 유가하락에도 감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비잔 남다르 장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19일 “원유가격이 배럴당 25달러까지 떨어져도 큰 위협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감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종우 화학경제연구원 원장은 “석유수출기구가 2년간 30달러 선의 국제유가를 유지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에 20달러 선까지 내려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