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8-06-28 17: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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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입차 관세 인하조치로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판매 회복전략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를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가능성도 여전해 '빅2' 자동차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7월부터 수입차 관세율을 기존 20~25%에서 15%로 내린다.
하지만 미국 보복 차원에서 7월6일부터 미국산 자동차에 25%를 더한 4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이 수입차 관세 인하계획을 밝힌 5월 말부터 중국에서 영업 중인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은 잇달아 가격 인하계획을 밝혔다.
완성차회사별 평균 가격 할인율은 4~10%대였다.
테슬라가 가장 먼저 가격 인하계획을 밝힌 데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차는 물론 토요타, 렉서스, 인피니티 등 일본차도 가격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현대기아차는 아직 중국 관세율 변화에 따른 가격 인하계획 등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중국에 수출해 판매하는 차량 규모가 적기 때문에 중국의 관세 인하에 따른 수혜를 보기 어렵다.
또한 2017년 중국에서 사드보복을 겪으면서 급락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 가격 할인정책을 펼치면서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처지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중국에서 연간 265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올해 판매목표는 130만 대로 생산능력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국에 수출하는 차량을 늘리는 일보다 현지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일이 급선무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로 주로 중국 수입 고급차 시장이 커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지만 이 또한 현대기아차에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현대차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고급차를 통한 매출 증대로 판매 저하에 따른 손실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3월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중국 내 생산과 판매 등 실무를 준비하는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관세정책이 변화하면서 지금까지 준비한 전략의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중국 고급 자동차시장에서 후발주자인데다 진출시기까지 늦어지게 되면 현대기아차의 중국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사드보복 이전으로의 판매 회복이라는 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셈이다.
중국에 이은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는 수입차 관세 장벽이 높아질 수도 있다.
미국은 수입차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가 적용되면 수입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절반 정도를 한국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판매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네시스 차량은 전부 한국 울산공장에서 생산된다.
현대기아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에 관세 없이 수출하고 있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도 북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현대기아차가 미국 판매 부진을 회복하는 데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미국 판매 실적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현대기아차가 입을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1~5월 누적 기준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은 50만7987대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4.4% 감소했다. 2017년에도 127만5223대를 팔아 2016년보다 10.4% 줄었다.
현대기아차는 개별 기업 처지에서 수입차에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미국 상무부에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미 미국 상무부에 “한국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가 아니라 미국산 자동차의 잠재 수출시장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산 자동차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며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가 취해지더라도 한국은 대상에서 면제돼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말 상무부에 수입차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상무부의 조사 결과가 나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가 대비책을 세우기에는 너무 촉박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