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창사 이후 두 번째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대규모 적자를 낸 플랜트사업본부를 해양사업본부에 통합한다.
권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매출목표와 수주목표를 낮춰 잡고 원가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쟁력 회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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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은 현대중공업의 체질을 바꾸지 않는 한 실적부진 탈출이 어렵다는 권 사장의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전체 직원 2만8천 명의 5%를 웃도는 1500명 규모를 희망퇴직으로 줄이겠다고 14일 밝혔다.
희망퇴직은 1960년대에 태어난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이미 1천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12년 사무직 1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적이 있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에 취임한 뒤 지난해 10월 조선3사 임원들로부터 사직서를 받아 30% 정도를 줄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성과 위주의 연봉제를 도입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플랜트사업본와 해양사업본부를 해양플랜트사업본부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해양플랜트사업본부는 박종봉 해양사업 대표와 임영길 플랜트사업 대표가 공동으로 책임진다.
현대중공업의 플랜트사업은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핵심 기자재, 엔지니어링, 인력 등을 외부에 의존하고 현장설치, 시공, 시운전만 담당하다 보니 실적에 부담이 됐다. 플랜트사업본부는 지난해 1조115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조선사업본부 다음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컸다.
그동안 플랜트사업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번에 권 사장이 과감하게 통합했다.
권 사장은 “지금 현대중공업이 살기 위해서 돈이 되는 사업만 주력해도 부족하다”며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대신 수익을 갉아먹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두 사업본부의 통합을 통해 기자재와 모듈 대량구매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플랜트사업의 기술과 경험이 있는 인력을 해양분야의 설계와 영업력 강화에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통합을 계기로 플랜트사업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플랜트 전문기업과 경쟁하기도 힘들고 유가급락으로 중동의 플랜트시장도 침체이기 때문에 수익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권 사장은 올해 현대중공업의 매출 목표 24조3259억 원, 수주목표 229억5천만 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세운 매출목표와 수주목표에 비해 약 10%, 25% 줄어든 것이다.
권 사장은 "경쟁사보다 인건비를 포함한 제조원가가 높아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스스로 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