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6-14 11: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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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지주사인 CJ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던 박윤준 김앤장 고문이 갑작스럽게 물러난 배경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온다.
박 고문이 국세청 근무 시절 국정원의 김대중 대통령 뒷조사에 협력한 혐의로 최근 기소된 것이 사임의 배경으로 보인다.
▲ 박윤준 김앤장 고문
CJ그룹 관계자는 14일 “박윤준 사외이사는 일신상의 사유로 최근 스스로 퇴진했다”고 말했다.
박 고문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CJ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임기는 2020년 3월까지인데 임기 절반도 안 지났는데 물러난 것이다.
박 고문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검찰이 5월18일 박 고문을 기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원세훈 국정원장과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재판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비밀리에 추진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뒷조사와 관련해 박 고문이 국정원 차장으로서 불법 행위에 협력했다고 판단하고 국고손실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9월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시를 받은 김승연 당시 국정원 국장은 이현동 당시 국세청장에게 활동자금 명목으로 1억2천만 원 등을 주며 김대중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이른바 ‘데이비슨 프로젝트’로 불렸는데 국세청은 해외정보원에게 5억 원여 원을 지급하는 등 정보 수집에 나섰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은 결국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박 고문은 당시 국세청에서 국세조사관리관을 맡으며 이현동 전 청장을 보좌했다. 그는 당시 국세청에서 해외계좌 조사 전문가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는 우신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국세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재관, 국세청 국제협력담당관·국제조세관리관을 역임하고 미국 공인회계사(AICPA)를 취득하는 등 국제조세분야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박 고문은 2012년 7월 국세청 차장(1급)으로 승진했다. 다음해인 2013년 3월에 행시 동기인 김덕중 국세청 중부지방국세청 청장이 신임 국세청장에 임명되자 동기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공직사회 불문율에 따라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2015년 3월 김앤장 고문으로 영입됐고 2016년 신세계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CJ그룹은 박 고문이 국정원의 김대중 대통령 음해공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최근 기소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박 고문은 먼저 맡고 있던 신세계 사외이사는 아직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J그룹 관계자는 “검찰로부터 기소되었다면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사외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