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삼성물산에서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다시 떠올랐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2일 "향후 지배구조에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되는 기업집단은 단연 삼성그룹"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은 선택사항이 아닌 정부의 강제사항"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은 최근 정부의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규제에 맞춰 단계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4월에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처분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고, 5월에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도 일부 매각했다.
은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대전제는 강화되는 지배구조 관련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 내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정부 요구에 맞춰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대량 처분한다면 삼성전자 우호지분율은 10%대로 낮아져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회에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의무사항이 된다.
은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계획을 철회했고 국회에 중간금융지주법안도 발의되지 않은 만큼 삼성그룹이 대대적 지배구조 변화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파악했다.
삼성그룹 내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해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밖에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서초사옥을 매각하고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처분한 뒤 추가 차입에 나서 5~6조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지분 인수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를 모두 쏟아부어도 사들일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2%도 안된다.
은 연구원은 결국 이전에 증권가에서 논의돼온 것처럼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으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일부 또는 모두 인수해 삼성물산에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43.44%로 약 12조3천억 원 규모다. 삼성전자 지분 약 3.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은 연구원은 "삼성전자 역시 외형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바이오사업이라는 새 먹거리가 필요하다"며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딱히 다른 방안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가 삼성그룹의 특수한 상황에 맞춰 어느 정도 합의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은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금산분리를 완전히 해소하면서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은 현재로서 부재하다"며 "정부는 점진적이고 자발적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만큼 합의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