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그리스 최대 선사인 안젤리쿠시스그룹의 오너 존 안젤리쿠시스가 LNG운반선 가격이 조만간 척당 2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젤리쿠시스는 4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포시도니아 선박박람회에서 “한국 조선사가 올해 상반기 LNG운반선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수주했다”며 “LNG운반선 가격은 척당 2억 달러 이상이 적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1년 안에 LNG운반선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놓고 내기해도 좋다”고 말했다.
안젤리쿠시스 등 그리스 선사들이 철강재 가격이 오르고 있고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숙련 노동자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 조선사의 LNG운반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사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철강회사들과 선박용 철강재인 후판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더군다나 원화도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사들은 달러를 기준으로 선박을 수주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달러 가치와 비교해 강세를 보이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젤리쿠시스는 한국 조선3사가 LNG운반선부문에서 원가 인상 압박을 선박 가격에 반영할 수 있을 만큼의 협상력이 있다고 바라본 것이다.
이 밖에 최근 그리스 선사들 사이에 LNG운반선시장 진출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도 LNG운반선 가격 인상요인으로 꼽힌다. 그리스를 중심으로 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나면 조선3사의 가격 협상력이 강해질 수 있다.
트레이드윈즈는 조선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 선사 몇몇이 올해 초부터 LNG운반선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1분기에 그리스 선사 미네르바 마리타임은 대우조선해양에 LNG운반선을 발주해 이 시장에 발을 들였고 TMS카디프와 알파가스도 선박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LNG운반선을 발주하기도 했다.
그리스 선사 라츠코시핑의 선주는 포시도니아 선박박람회에 앞서서 “아직까지 LNG운반선시장 진출과 관련해 구체적 계획은 없다”면서도 “새롭고 깨끗한 형태의 에너지와 운송수단을 지향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를 맞이한 선사로서의 의무”라며 LNG운반선 시장 진출을 놓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LNG운반선 가격 인상은 조선3사가 간절하게 바라왔던 일이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조선3사가 LNG운반선을 건조해 실질적으로 볼 수 있는 이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7만3천만㎥급 LNG운반선 선박 가격은 올해 들어 척당 1억8천만 달러에 형성돼 있다. LNG운반선 가격은 2015년 2억 달러를 웃돌다 2016년 1억9천만 달러로 내렸고 2018년에는 간신히 1억8천만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실질적 LNG운반선 가격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원화 가치로 따졌을 때 LNG운반선 가격은 2016년 말보다 18.6% 정도 떨어졌다.
LNG운반선은 조선3사가 수주를 휩쓸다시피 시장 지배력을 다져놨기 때문에 LNG운반선 가격이 오르면 조선3사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한국 조선사는 전 세계 LNG운반선시장에서 점유율이 60%를 넘는데 조선3사가 일감 확보에 주력하는 대형 LNG운반선시장 점유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