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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들어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 공공기관 수장들 |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 야심차게 발표한 개혁안은 '도로아미타불'이 될 공산이 크다. 공공기관 비정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낙하산 인사'에 대책이 눈 닦고 봐도 없는 탓이다. 결국 '수박 겉핥기 대책'으로 공공기관 파행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난에서 벗어나고 공공요금 인상 카드를 내놓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부채 감축과 경영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정상적인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로 낮추고, 지나친 복리후생 등 방만경영을 민간전문가와 회계법인의 감사를 통해 감시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대책안에 따르면 부채 증가 원인, 복리후생 현황은 공공기관 경영공시 시스템 알리오(ALIO)에 공개된다. 현 부총리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확실히 약속한다”며 공공기관 개혁 의지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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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청와대에서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을 발표하는 현오석 부총리 |
그러나 문제는 공공기관 정상화의 핵심인 낙하산 인사부분이 아예 빠져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공공기관 부실경영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에는 내년 3분기말 중간평가를 해 실적이 미진한 기관장은 해임 건의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 전부다.
이런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정권에서 내려 보낸 낙하산 기관장을 해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설령 기관장을 교체한다 해도 또 다시 낙하산 기관장이 온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채의 문제를 공공기관으로만 떠넘기는 것도 이번 대책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공기관 부채의 상당부분은 무리한 국책사업 떠넘기기와 각종 공공정책 실패에 기인한다. 그런데도 해당 기관에만 부채 줄이기를 강요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1년 사이 공공기관 부채 중 정부정책 사업과 공공요금 통제로 인한 부채 비율이 52%로 절반을 넘는다. 결국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뿐만 아니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정상화대책에서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 절감을 위해 어떤 지원과 개혁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정상화대책은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포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외면한 대책으로 공공기관 부채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채무 적자를 메우고 경영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길 뿐이다. 한전과 코레일 등 일부 기관의 순손실은 수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방만경영의 예로 지적한 복리후생비는 수천억원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정상화대책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적자를 메우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든 재무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공공기관들이 정부의 강한 개혁안에 못이기는 척 공공요금을 인상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 가뜩이나 세수 부족에 빠지면서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가 심각하게 나오자,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