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비자금 조성' 혐의에 관한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요청하는 날에만 출석하겠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가 거절됐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이 안 좋은데 불출석 재판이 왜 문제가 되느냐며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법정대리인인 강훈 변호사는 28일 오후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한 뒤 취재진을 만나 "이 전 대통령이 '(재판부가) 건강상태가 이 정도인 걸 이해 못하는 것 아니냐'며 약간 화를 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을 미뤄달라고 하면 지연시킨다는 비난을 받을까봐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 진행이 가능한지 물었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 불출석 재판이 진행된다고 들어 사유서를 낸 것"이라며 "왜 문제가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강 변호사 역시 취재진에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지만 법정에 나가서 스스로 변론할 기회를 얻겠다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고 스스로 그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 역시 자유의사가 아니냐”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며 이 전 대통령이 못 나가겠다고 하면 재판부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28일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등에 관한 2차 공판이 시작하기 전 "피고인이 나오지 않아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25일 건강상태를 고려해 불출석하겠다는 취지의 사유서를 제출했다. 다만 재판부가 특별히 확인할 것이 있어 출석을 요청하는 공판기일에는 법정에 나오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정에서 “불출석 사유서를 받은 이후 변호인에게도 (피고인이) 출석하게 해달라고 말했고 불출석 사유서와 별도로 유선으로 소환장을 보내 출석을 요구했는데도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현재 혈당 수치 등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며 "증거조사 기일은 검사나 변호인이 재판부에 설명하는 자리인 만큼 힘든 상황에서도 피고인 출석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스러워 '불출석 사유서를 내보라'고 말했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그럼 변호인은 피고인이 사유서를 통해 재판부의 양해를 구하면 불출석할 수 있다고 법률적 조언을 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전 대통령이 법률적 의무 등을 다 알고 결정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증거조사 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를 결정할 권한은 재판부도 없고 피고인에게도 없다"며 “증거조사 기일은 법리가 아닌 사실관계를 다투는 기일인 만큼 피고인이 직접 나오는 것이 방어권 행사에 도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건강을 고려해서 휴식시간을 자주 주고 저녁 근무시간 이후에는 (재판 진행을) 안 한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힘들다면 출석한 이후 퇴정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매 기일마다 출석할 것을 명한다”며 “다시 불출석사유서를 내면 출정 거부로 판단하고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