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현행 낙태죄 조항을 놓고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재검토해달라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23일 여성가족부(여가부)에 따르면 여가부는 최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현행 형법의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당한 수단인지, 법익의 균형을 넘어 여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지 않은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4월18일 열린 여성과 태아의 생명사랑 생명보호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낙태죄 폐지 반대'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여가부는 “헌법과 국제규약에 따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 건강권은 기본권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이 규정하는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이런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법 제269조 제1항은 ‘부녀가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제270조 제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을 받아 낙태한 때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돼있다.
여가부는 “현행 낙태죄는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 낙태 건수를 줄이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낙태죄의 처벌 대상이 ‘부녀’와 ‘낙태를 시술한 사람'에게 한정되고 임신중절 과정에서 배우자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에 남성이 협박하거나 보복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현재 모자보건법에 따라 6가지 예외가 있는데 이마저도 임신 24주가 지나 낙태하면 형벌을 받도록 한다"며 "예외 사유를 두지 않는 전면적 금지 방식으로 규정한 것도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벗어난 것”이라고 바라봤다.
헌법재판소는 24일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 형법 조항의 위헌여부를 가리는 첫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지난해 2월 의사 A씨로부터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위헌인지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사건을 접수한 데 따른 것이다.
여가부가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재검토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270조 1항의 위헌여부를 심리하고 4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여가부는 낙태죄를 놓고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