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한화S&C 지배력을 낮추는 방법으로 지배구조 개편의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이르면 5월 말, 늦어도 6월 초에는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현재 지배구조 개편안의 큰 틀을 확정해 놓은 상태로 세부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S&C의 지배력을 낮춰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최우선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S&C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00%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을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S&C를 한화시스템과 합병하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비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S&C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정보기술(IT)부문과 시스템통합(SI)을 담당하는 회사로 한화그룹에서 일감을 받아 급성장했다. 현재 에이치솔루션이 한화S&C의 지분 55.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에이치솔루션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이 지분을 각각 50%, 25%, 25%씩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에이치솔루션→한화S&C’로 지배구조가 짜여 있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2017년 말에 한화S&C를 물적분할해 존속법인 에이치솔루션과 신설법인 한화S&C로 쪼갠 뒤 한화S&C의 지분 44.64%를 재무적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려 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오너일가가 직접 지배하고 있는 계열회사가 아니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이런 지배구조 개편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정하지 않으면서 한화그룹이 다시 일감 몰아주기 해소방안을 찾게 됐다.
한화S&C가 한화시스템과 합병하면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한화S&C 지분율이 20%대 중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이 2017년 8월 한화S&C의 지분 44.64%를 사모펀드인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할 때 받은 금액이 2500억 원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화S&C의 기업가치는 5천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한화그룹이 2016년 프랑스 방산기업 탈레스로부터 한화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잔여지분 50%를 사들일 때 들였던 돈은 2880억 원이다. 이로 추산되는 한화시스템 기업가치도 5500억 원 안팎이다.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가 비슷한 데다 한화시스템이 비상장기업이라는 점에서 합병에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어 두 회사의 합병을 최우적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방안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곧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공식입장을 결정하기 위해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합병법인 지분 20%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재무적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의 지분이 20%를 초과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