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구 회장이 73세 일기로 타계하면서 그의 주요 업적 가운데 하나로 선제적 지주사체제 전환과 함께 안정적 계열분리가 꼽히고 있다.
LG그룹은 구 회장이 경영을 이끈 26년 동안 다른 한국 재벌기업들과 달리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지 않았다.
구 회장이 LG그룹의 강력한 장자승계 원칙을 기반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순조롭게 계열분리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은 그룹 회장에 오른 지 8년 만인 2002년 LG전선, 극동도시가스, LG칼텍스가스, LG니꼬동제련 등을 떼어 고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들인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에 넘겼다.
이후 LG전선, LG칼텍스가스 등은 LG전선그룹으로 거듭났으며 2005년 LS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보다 앞선 1999년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고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그룹에서 분리된 LG화재를 기반으로 LIG그룹을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 GS그룹을 이끄는 허씨 가문과 ‘아름다운 이별’을 이뤄낸 것 역시 상당히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형제 사이에서도 경영권 다툼이 빈번하게 벌어지는데 피가 섞이지 않은 두 가문이 동업 관계를 원만하게 이어온 데다 계열분리까지 순조롭게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2004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 LG유통(현 GS리테일) LG홈쇼핑(현 GS홈쇼핑) 등 서비스분야를 담당할 신설법인 GS홀딩스를 설립하는 안건을 승인하고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2005년 GS그룹이 공식 출범하면서 LG그룹과 정식으로 분리됐다.
LG그룹의 구씨, GS그룹의 허씨 가문은 1946년 구 창업주의 사돈이었던 만석꾼 허만정씨가 사업자금을 대고 아들(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경영 수업을 부탁하면서 ‘동업 경영’을 시작했다.
이후 구씨와 허씨 가문의 인연은 57년 동안 3대에 걸쳐 평화롭게 유지됐으며 2005년 계열분리를 통해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처럼 LG그룹의 확고한 계열분리 원칙을 감안할 때 구본준 LG부회장 역시 조만간 계열분리를 통해 독자적 경영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구 부회장이 보유한 지주회사 LG의 지분을 토대로 주요 계열사의 주식을 교환하는 형태로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구 부회장이 과거 대표이사를 맡았던 LG디스플레이나 평소 관심을 가져온 LG화학의 바이오사업, LG상사 가운데 독자적으로 분리할 계열사를 선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절대적 유교 가풍을 토대로 장자가 경영권을 승계하면 형제들이 물러나는 원칙을 오랜 기간 지켜오고 있다”며 “구 부회장이 이런 원칙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