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장을 놓고 김경룡 DGB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과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데다 최근 대구은행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가 새 행장이 되더라도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 김경룡 DGB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과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18일 두 후보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벌여 최종후보 1인을 선정한다.
김 직무대행과 박 직무대행은 둘 다 30년 넘게 대구은행에서 일하며 누구보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초
박인규 전 회장이 물러난 뒤 각각 지주 회장과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만큼 경험과 능력면에서는 누가 새 행장이 되더라도 손색이 없다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두 후보 모두
박인규 전 회장의 측근이라는 점 때문에 사실상 박 전 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직무대행과 박 직무대행은 박 전 회장과 같은 영남대학교 동문이고 김 직무대행은 박 전 회장과 대구상업고등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두 후보는 2017년 말 박 전 회장이 실시한 임원인사에서 각각 지주 부사장과 은행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박 전 회장과 경쟁관계에 있던 임원들은 모두 그룹을 떠나면서 박 전 회장의 ‘친정체제’가 더욱 굳건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전 회장이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혐의와 채용비리 의혹, 대구 수성구청 펀드 손실 등에 연루된 만큼 두 후보도 이런 의혹들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직무대행은 경산시 시금고 담당 공무원의 자녀를 대구은행에 채용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경산시청 징수과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대구은행을 시금고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자녀를 대구은행에 채용해달라고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박 직무대행의 자녀도 DGB캐피탈에 특혜 채용됐다는 제보가 금융감독원 채용비리신고센터에 접수돼 금감원이 DGB캐피탈 등을 대상으로 특별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해당 사안을 검찰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후보는 모두 대구은행의 ‘수성구청 펀드투자 손실보전’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청은 2008년 대구은행이 운용하는 해외펀드에 3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가 12억 원 상당의 원금 손실을 봤다.
이 펀드는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이었고 대구은행은 2014년 박 전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사비로 이 손실금을 메꾼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은행이 수성구청의 금고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법을 어기면서도 손실금을 보전해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박인규 전 회장의 측근인사로 분류되는 대구은행의 전현직 인사들이 대거 수사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도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위법사안이 밝혀지면 연루된 임원들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 등은 임추위에 행장 선발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이런 상황에서 최종 후보를 결정하면 나중에 비리혐의가 밝혀지거나 금감원의 징계대상에 오르면 대구은행은 또 다시 행장 후보의 자격 여부를 놓고 논란과 갈등에 휩싸일 것”이라며 “결국 대구은행의 부패청산과 혁신은 더디고 어렵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임추위는 예정대로 일정 진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두 후보를 향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은 구체적 정황이 없을 뿐 아니라 두 후보 모두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DGB금융그룹이 지주 회장과 행장을 분리해 그룹 쇄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며 “두 후보 가운데 누가 최종 후보로 선정되더라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