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8-05-13 00: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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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오스트리아 전장회사 ZKW 인수합병을 통해 자동차 전장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더욱 다졌다.
해외 기업 인수인 만큼 조직문화가 다른 점을 극복하고 얼마나 조기에 투자 효과를 거두느냐 하는 점이 열쇠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ZKW에 'LG 조직문화의 DNA'를 심는 방안을 놓고 부심하고 있다.
▲ 구본준 LG 부회장.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오스트리아 전장회사 ZKW를 인수하면서 LG그룹이 자동차 전장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더욱 공고히 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ZKW는 글로벌 자동차용 헤드램프 회사로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자동차 조명사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자동차용 후미등(리어램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인수를 통해 헤드램프까지 자동차 조명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다.
LG이노텍은 자동차용 조명에 쓰이는 LED광원을,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용 올레드 조명을 양산하고 있다. 향후 ZKW가 생산하는 헤드램프에 LG그룹 계열사들이 부품을 공급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또 ZKW가 보유한 고객사 네트워크를 통해 LG그룹 계열사들이 자동차용 조명 외에 다른 부품을 패키지로 공급하는 방식도 가능해진다. LG화학은 자동차 배터리나 플라스틱 소재, LG하우시스의 자동차 내장재 등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ZKW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지닌 회사로서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 회사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며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 계열사들이 ZKW의 고객사 네트워크를 통해 자동차 부품들을 패키지 형태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ZKW는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 헤드램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헤드램프시장에서 점유율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프리미엄 헤드램프시장에서는 상위 5위 안에 들 정도다.
LG전자가 1조4천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ZKW를 인수한 효과를 거두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와 ZKW의 근무 강도, 성과 지표 등을 비롯한 기업문화가 다른 만큼 이를 조율해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당장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어려울 수도 있다.
LG전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ZKW 인수가 확정된 이후 LG전자 기업문화를 ZKW에 전파하는 것이 ‘특명’으로 내려졌다.
해외 기업과 인수합병을 할 때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거나 기업문화가 맞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ZKW는 오스트리아 기반의 회사로 7천 명이 넘는 현지 인력으로 구성돼있다. LG전자는 ZKW의 현재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고 오스트리아 현지 직원들의 고용도 5년 동안 유지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서 기업문화 등이 맞지 않아 사업성과를 거두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도 하만을 인수해 지난해 3월 인수 계약을 마무리한 뒤 1년이 다 돼서야 하만과 공동으로 개발한 첫 작품인 ‘디지털 콕핏’을 선보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하만과 손발이 맞지 않아 기술개발이 더뎌진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2016년 애플의 개발자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인공지능(AI) 개발회사 비브랩스를 인수한 뒤 언어소통이 어렵고 기업문화가 달라 ‘빅스비’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국내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인 플런티를 인수한 것을 두고 조직문화 등에서 잘 융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플런티는 네이버, 다음, LG전자 출신 인력들이 2015년에 설립한 회사로 자연어 이해 및 처리기술 등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 특허를 국내 및 해외에서 15건 정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가 ZKW를 인수했다고 해서 당장 LG그룹 계열사들이 ZKW 제품에 쓰일 부품을 공급하기 어렵다.
LG전자 관계자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ZKW는 자동차용 헤드램프 공급선에서 LED광원은 오스람을 사용하고 화학 소재는 유럽 회사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며 “내부 공급선을 바꾸기 위해서는 (ZKW가) 별도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당장 공급회사를 LG이노텍이나 LG화학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