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가 만든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에 돈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로비자금으로 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데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법률 자문을 받기 위한 적법한 계약이었다고 선을 긋고 있다.
10일 미국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설립한 유령회사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이 15만 달러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퍼드가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한 내용을 함구하는 댓가로 2016년 10월에 코엔 변호사로부터 13만 달러를 받았다는 사실을 클리퍼드측 변호사인 마이클 아베나티가 추적하면서 이 내용이 드러났다.
아베나티 변호사가 8일 공개한 7쪽짜리 문서에 따르면 코언 변호사가 설립한 유령회사 ‘에센셜컨설턴트’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017년 11월27일에 돈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돈을 송금한 계좌는 에센셜컨설턴트가 클리퍼드에게 돈을 보낼 때 사용했던 계좌와 동일하다.
에센셜컨설턴트에 돈을 송금한 회사는 미국 통신기업 AT&T와 다국적 제약기업 노바티스 등이 포함돼있으며 엘리엇 브로이디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 재무위원장 등도 돈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사업)을 앞두고 로비용 자금 명목으로 돈을 송금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등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은 미국 공군이 운용하는 노후화한 훈련기를 새 훈련기로 교체하는 사업으로 초기 물량 350대의 사업규모만 17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자체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량한 T-50A가 후보 기종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선정 결과 발표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측에 돈을 건넨 데 미국 언론들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국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코언 변호사의 비즈니스 관계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전과 관련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법률 자문을 받기 위한 정당한 용역계약”이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