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사업으로 북한산 바다모래 반입이 허용되면 유진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모래가 새로 만들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전략자원인 만큼 수입 재개를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유진기업이 북한산 바다모래를 다시 조달할 수 있게 되면 수도권 모래 수급의 불균형이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 레미콘 원가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미콘사업은 유진기업 전체 매출의 73.8%를 차지하는 주력사업이다.
레미콘은 시멘트와 모래, 자갈 등을 섞어 생산되는데 이 가운데 모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에 이른다.
2017년 해양수산부가 해양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남해와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바다모래 채취를 제한하면서 바다모래 가격은 최소 2배에서 많게는 3배 이상까지 올랐다.
채취 제한 전 바다모래 가격은 ㎥당 1만4천 원 수준이었으나 2018년 현재 중부지방 바다모래 가격이 2만 원 중후반, 남부지방 가격은 3만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반해 레미콘 판매가격은 2018년 4월 ㎥당 6만4200원에서 6만6300원으로 3%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 바다모래 가격이 내릴 가능성도 크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골재수급계획에서 바다모래 공급량을 2017년보다 470만㎥ 줄어든 1180만㎥로 발표했고 바다모래가 골재자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까지 5%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산 바다모래를 반입할 수 있게 되면 수도권에 공급되는 레미콘의 원가율을 큰 폭으로 개선할 수 있다.
바다모래의 특성상 화물트럭 한 대에 11~12㎥ 정도밖에 실을 수 없어 운송비 부담이 큰데 북한산 바다모래는 대부분 해주에서 채취돼 거리상 이점이 있다. 해주항에서 인천항까지 거리는 인천항에서 태안까지 거리와 비슷하다,
해주 바다모래는 채취비용도 국내보다 적게 들어 비용면에서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진기업은 2004년 3월부터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2010년 5월까지 황해도 해주 앞바다에서 바다모래를 채굴했다.
2009년 해주 바다모래 채굴이 중단될 가능성이 떠오를 당시 유진기업 관계자는 “해주 앞바다에서는 20~25m 아래의 모래를 채취하지만 국내에서는 먼 바다로 나가 100m 아래에 있는 모래를 채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산 바다모래 채굴이 재개될 가능성을 섣불리 점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모래는 대체재가 없고 다시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국가의 전략자원으로 꼽힌다.
전략자원을 수입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해양수산부는 2017년부터 해양환경 보호를 이후로 바다모래 채굴 최소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남북경제협력이 재개되더라도 그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장담할 수 없는 데다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가 북한산 바다모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금까지 바다는 무주공산처럼 먼저 파내는 것이 임자였지만 이제 바다모래 채취가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육상모래 사용 등으로 대체 자원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