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고령화 시대에 맞춰 영업전략을 바꾸면서 독립증권사보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경쟁력이 돋보일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령층 투자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은 이들을 겨냥한 영업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 NH투자증권이 서울대학교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100세 시대 인생대학 프로그램'의 강의 모습. |
삼성증권은 정기적으로 부부 은퇴학교를 운영하며 부동산 전망과 연금 자산관리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서울대학교와 손잡고 주요고객을 대상으로 한 해에 2회씩 '100세 시대 인생대학' 세미나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네오(NEO)50 연구소'를 운영하며 노후대비 자산관리에 관심이 있는 사업장과 기관들을 찾아 강의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인구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도 증권사들의 영업방식은 상당히 바뀌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증권사는 그동안 7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는 영업을 자제했지만 최근 기업 승계 및 상속 관련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령층을 겨냥한 고객 유치활동이 활발해졌다.
일본 증권사가 확보한 고객 상당수가 70세를 넘어서며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고객의 기업 승계 및 상속 등과 관련해 조언할 수 있는 전문가를 전국 지점에 배치하는 등 증권업무 이외의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고액자산가 정보를 전국 네트워크의 각 계열사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업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 증권사를 살펴보면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 등 독립증권사와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로 분류된다.
최근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금융지주 등이 그룹 차원의 매트릭스 조직을 만들어 은행과 금융투자, 생명, 자산운용 등 여러 계열사의 투자역량을 한 곳에 모으고 있다.
투자전략 및 자산운용뿐 아니라 각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거래, 상속, 증여, 세무, 정부 정책 등 여러 이슈와 관련된 상담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고령화는 온라인 증권사와 점포형 증권사의 경쟁구도를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일본 점포형 증권사는 그동안 온라인증권사에 기존 수익원을 빼앗기지 않는 데만 집중하며 젊은층을 새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다만 기존 고객들이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안정적 자산을 찾기 시작하자 최근 비대면 서비스를 늘리며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점포를 두고 있는 점포형 증권사인 가운데 중소형 온라인증권사인 키움증권이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을 내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자기자본 규모가 1조4천억 원 수준이지만 자기자본 3~4조 원대 증권사들과 비슷한 수준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플랫폼을 새 단장하고 간편인증 및 로보어드바이저, 인공지능 상담 등 비대면 서비스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증권사가 지니고 있던 장점을 점포형 증권사들이 빠르게 뒤따라잡고 있는 형국이다.
장정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증권사들의 안정적 경쟁구도에 영향을 끼칠만한 변화들이 고령화 시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한국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본 증권사들의 고민이 가까운 시기에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