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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연말정산을 다시 손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돌아온 연말정산에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정산을 다시 손볼 경우 선거를 앞둔 선심행정이라는 논란과 함께 정책혼선이라는 비난도 쏟아질 게 뻔해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6일 연말정산 환급 제도를 다시 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말정산에 따라 올해도 세금납부액과 납부자 수가 늘 것으로 보인다”며 “국세청으로부터 지난해 연말정산 결과를 전달받는 대로 올 6월 안에 환급정책을 어떻게 할 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재부가 환급제도 재검토 뜻을 드러낸 까닭은 줄어든 연말정산 환급액과 늘어난 추가납부액 때문에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기재부 관계자는 “2년 전 시행된 간이세액표 개정이 경제심리를 더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에 이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2년 9월 ‘경제활력 제고 대책’에 따라 간이세액표를 개정하고 연간 10%의 원천징수세액을 줄였다. 대신 연말에 돌려받는 환급액이 줄어들게 했다. 정부는 ‘덜 내고 덜 돌려받는’ 새로운 소득세 환급정책이 시행되면 봉급생활자가 소득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 소비를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엔 추가적 재정부담 없이도 세금감면의 혜택을 주는 묘책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한 세금인하의 효과보다 연말에 받는 목돈 감소라는 면이 더 부각되면서 납세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2012년 이뤄진 2011년 소득분에 대한 연말정산 결과 294만 명이 1조921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했다. 그런데 2012년 간이세액표 개정 후 지난해 2012년 소득분에 대한 연말정산에서 추가납부자 수가 355만 명으로 늘었고 납부액수도 1조4,236억 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현행 제도에서 이 같은 추세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2013년 연말정산 결과 올해 세금을 추가로 내야할 근로자 수는 약 400만 명에 이르며 추가납세 액수는 2조 원을 넘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단행된 세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급여가 5,500만 원 이상인 근로자들의 실제 세 부담이 늘어 올해보다 환급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재부가 연말정산 제도를 재검토하게 되면 비교적 개정이 쉬운 간이세액표를 다시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간이세액표 개정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 의결로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현 부총리가 이번에 연말정산 제도를 또 다시 바꾸게 된다면 2년 전처럼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벌인 꼼수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의 대책도 대선을 앞두고 세금감면이란 당근을 유권자들에게 던져주기 위한 것이었다.
또 현 부총리가 연말정산 제도를 다시 손 대는 것은 자충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 부총리는 과거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가 급히 철회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현 부총리는 지난달 26일 월세 소득공제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서민 및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가 일주일 만인 3월 5일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를 다시 내놨다. 현 부총리는 당시에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조세저항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효성도 문제로 거론된다. 연말정산 제도가 다시 ‘더 내고 더 받는’식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납세자들이 환영하기보다는 늘어난 세금 부담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책이 바뀌면 평상시에 걷는 세금이 늘어난다는 식으로 국민들이 인식할 것”이라며 내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이 현 부총리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전문가는 “세금이야 말로 가장 보수적이어야 하며 당국은 과세원칙에 충실해야 하는데 최근엔 선거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세금에 일관성이 없으면 성실 납세자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