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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파벌논란 책임" 사퇴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3-17 15: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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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파벌논란 책임" 사퇴  
▲ 지난 2010년 7일 삼성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훈련 지원금 후원 조인식 현장에 참여한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왼쪽 첫째). 이하 왼쪽부터 이승훈 선수(둘째), 박성인 전 빙상연맹 회장(셋째), 이상화 선수(넷째),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다섯째), 모태범 선수(여섯째). <사진=뉴시스>

안현수 귀화 논란에서 빙상업계를 쥐락펴락하는 '일인자'로 지목됐던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자진해서 사퇴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성적 부진과 ‘빙상연맹 파벌’ 문제로 빚어진 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과 관련해 지시한 체육계 부조리 조사의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빙상연맹은 17일 기자간담회을 열고 “올림픽 지원단장인 전명규 전 부회장이 소치 올림픽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했다”고 밝혔다.

전 전 부회장은 한국 쇼트트랙의 대부다. 쇼트트랙이 동계올림픽 시범종목이었던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부터 15년간 대표팀을 지도하며 한국 쇼트트랙을 현재의 위치에 올려놨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영광 뒤엔 그림자도 깊었다.

그의 ‘불명예 퇴진’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도 부회장이었으나 올림픽 이후 선수 간 ‘짬짜미’ 논란이 터지면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2년 복귀했으나 2년 만에 또 부회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전 전 부회장은 소치 올림픽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이후 12년 만에 아무런 메달도 따지 못했다. 반면 안 선수는 러시아 국적으로 금메달 3개(500m·1000m·5000m 계주)와 동메달 1개(1500m)를 따며 선전했다.

안 선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빙상연맹 파벌’ 문제를 제기했다. 안씨는 안 선수가 빙상연맹의 한체대-비한체대 간 ‘파벌’ 다툼 때문에 귀화했다고 밝혔다. 그 파벌의 중심으로 지목된 인사가 전 전 부회장이다. 빙상계 인사들도 전 전 부회장이 빙상연맹에서 권력을 잡고 파벌을 조장했다고 보고 있다. 빙상연맹의 부패까지 거론되자 결국 전 전 부회장이 다시 옷을 벗게 됐다.

전 전 부회장의 사퇴는 박 대통령의 체육계 부조리 조사 지시가 직격탄이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경기도 안산시 서울예대에서 열린 2014년도 교육·문화 분야 업무 보고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안 선수는 쇼트트랙 선수로서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선수 활동을 한다”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안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사실상 빙상연맹을 겨냥한 조사를 지시했다.

빙상연맹은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빙상연맹은 전 전 부회장의 사퇴에 이어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빙상발전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에 속한 연맹 인물은 채환국 부회장 외에 연맹 이사인 박남환 계명대 교수, 전 대학빙상연맹 부회장인 김현경 성신여대 교수, 김관규 연맹 전무이사, 전이경 연맹이사와 사공경원 연맹 이사 등 총 6명이다. 더불어 학계·법조계·언론계 대표 인사 각 1명과 윤병선 대한양궁협회 사무국장이 위원으로 선정됐다.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파벌논란 책임" 사퇴  
▲ 김재열 빙상연맹 회장
김재열 빙상연맹 회장 등은 앞으로 위원회와 조직의 운영 및 혁신안을 놓고 논의한다. 이를 위해 2017년 적용 예정이던 새 정관을 올해 4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특정 대학 출신 비율과 국가대표·비경기인 출신 비율 등을 조정해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주고 각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국가대표 선발 방식 개선과 평창올림픽 준비도 병행한다.

김 회장은 “일하는 방식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이라는 국가적 사업을 앞둔 만큼 더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김 회장은 또 빙상연맹의 독단적 운영이 문제가 된다는 지적에 대해 “빙상발전위원회를 통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짚어보고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집행부가 어떻게 구성되든 수시로 소통의 장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로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일하면서 빙상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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