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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제철에 이어 동부건설의 경영권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KDB산업은행은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동부그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김 회장이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제조 계열사의 부실에 대한 책임을 떠안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동부건설은 31일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동부건설은 “회생절차 개시와 함께 회사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을 접수했다"며 "법원이 심사 뒤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9월 이후 회사채 1344억 원과 차입금 250억 원 등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운영자금이 부족해져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김준기 회장이 22.47%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동부건설은 동부그룹의 모태기업으로 꼽힌다.
동부건설은 최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1천억 원의 긴급자금을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동부건설의 대주주인 김준기 회장과 동부그룹 계열사가 500억 원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500억 원을 지원하는 방침을 통보했다.
산업은행은 사실상 김 회장이 사재출연을 통해 동부건설의 회생에 힘을 쏟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미 동부그룹에 2조 원의 여신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동부그룹은 김준기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대부분 담보로 잡힌 상태라 사재를 내놓기 힘들다고 맞섰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과 딸 김주원씨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도 대부분 담보로 잡혀있다는 것이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 동부화재 등 그룹 금융계열사가 제조업 계열사에 신규지원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고 동부팜한농을 비롯해 현금동원력이 있는 비금융계열사도 재무적투자자(FI)들의 반대 때문에 동부건설에 자금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연이은 계열사 매각 실패로 동부그룹 신용등급이 떨어져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졌는데도 회사채를 꾸준히 상환했다”며 “김준기 회장도 모든 사재를 내놓은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31일 오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를 3100억 원에 매각하면서 걸었던 콜옵션(우선매수권)도 포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동부건설에 비협약채권이 많다는 이유 등을 들어 워크아웃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결과 동부건설 경영정상화에 최대 5천억 원의 신규자금이 필요하다고 본다. 채권단은 동부건설이 2016년까지 만기를 맞이하는 회사채 1370억 원에 대해 손실을 보더라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지난 9월 동부건설의 추가부실이 드러날 경우 김준기 회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대신 채권단이 경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건설업계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동부건설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건설사 중 시공능력평가순위 25위에 올랐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동부건설 협력기업 1500여 개가 줄줄이 도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동부건설의 협력업체 상거래 채무가 1713개사, 317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대기업은 16개사 172억 원, 중소기업은 1697개사 2107억 원이다.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동부메탈 등 동부그룹의 제조 계열사들의 구조조정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메탈은 당장 1월6일 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이해 외자유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