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사례에서 배워야하지 않을까요”(한숨)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겠지만, 그렇다고 낙하산 관행이 해결될 기미가 있을까?”

▲ 이석채 전 KT 회장
정부 지분없는 민간기업임에도 정부의 입김에 따라 매번 최고 경영자(CEO)의 운명이 뒤바뀌는 KT의 처지를 다소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실제 이석채 회장과 남중수 전임 사장이 사임하는 순간의 여러 정황은 한치의 오차없이 오버랩되고 있다.
정권교체 후 버티기, 그리고 검찰수사와 중도사퇴라는 이석채 전 회장이 밝은 길은 전임 남중수 사장도 그대로 경험한 '시니라오'이다. 그 시나리오를 보면서 남 사장 후임으로 KT에 들어온 이 회장인데도 왜 똑같은 길을 걸었던 것일까?
장관을 경험하고 정권교체기에 공기업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한 인사는 "정권이 교체되면 정권의 여러 채널에서 유임부터 시작해 사임, 다른 자리로 이동 등 여러 신호가 온다. 그 신호를 잘 파악해 거취에 대한 결심을 해야 하는데, 이 회장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낙하산으로 들어갔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회장이 정권교체 후 다음 낙하산에서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낙하산 인사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는 KT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공기업이었던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역대 정부는 계속해서 CEO의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왔다. 전임 CEO였던 남중수 전 사장도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임기를 2년 이상 남긴 상태에서 검찰의 수사까지 받은 후에 중도 사퇴했다.

▲ 남중수 전 KT 사장
사장추천위원회는 당시 형식상의 후보 여러명 가운데 이 회장을 추천, 결국 이 회장이 사장 자리에 올랐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 회장의 취임을 두고 낙하산 인사라고 맹비난하는 등 취임 과정은 내내 깔끔하지 못했다.
KT 수장에 오른 이후 이 회장은 수천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으로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김은혜 전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인 오세현 전무 등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을 대거 영입했다. ‘낙하산 인사 천국’이라는 오명이 KT 주변을 휘감았다. 체제를 개편해 회장 자리를 만든 후 취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2008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여성부 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이춘호 EBS 이사장을 ‘고결한 인물’이라는 말로 추켜세우며 KT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이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측근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12년 3월 연임에 성공해 2015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었으나 지난 2월과 10월 참여연대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됐다. 청와대로부터 사임을 종용받기도 했으나 몇차례 버티다가 결국 검찰의 압수수색 등 고강도 수사가 이어지자 자진해서 옷을 벗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전임 CEO인 남중수 전 사장과 굳이 비교하자면 연임 시점과 정권이 바뀐 시점이 그야말로 판박이”라며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여야가 바뀌지 않았고, 채동욱 검찰총장의 퇴임을 둘러싼 에피소드 등 박근혜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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