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미국 정부의 제재로 구글 안드로이드 대신 자체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에게는 구글과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분야 협력을 더 다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전자전문매체 폰아레나는 29일 "화웨이가 구글 안드로이드와 결별해야만 할 가능성에 대비해 직접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 스마트폰업체 ZTE가 이란에 통신장비를 공급했다는 이유로 2025년까지 미국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도 높은 조치를 내렸다.
퀄컴의 모바일 반도체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스마트폰 제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에게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이에 그치지 않고 화웨이가 이란에 통신장비를 수출한 정황을 파악해 추가 조사에 나서면서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 1위, 전 세계 3위 스마트폰업체로 ZTE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미국 정부가 ZTE와 비슷한 제재를 한다면 훨씬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폰아레나는 "화웨이는 이미 2012년 미국의 제재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하자 자체 운영체제 개발을 시작했다"며 "화웨이 회장도 과거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이미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AP(모바일프로세서) 등 핵심 부품을 직접 개발해 탑재하고 있다. 최근 자체 인공지능 기술을 상용화해 선보일 정도로 소프트웨어 기술도 발전했다.
2016년 화웨이가 애플의 운영체제와 인터페이스 개발을 총괄하던 수석디자이너를 영입한 배경도 자체 운영체제 출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화웨이가 안드로이드를 포기하고 자체 운영체제를 사용한다면 해외시장에 스마트폰 수출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실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중국에서 구글의 앱스토어와 콘텐츠 플랫폼은 현지 IT기업들에 밀려 거의 사용되지 않는 만큼 운영체제를 바꿔도 실제 사용자들이 큰 차이를 못 느낄 공산이 크다.
ZTE도 이미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운영체제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중국업체들보다 수년 정도 앞서 자체 개발 운영체제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을 일부 시장에 출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타이젠 대신 구글의 저가 스마트폰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고'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등 구글과 운영체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 삼성전자 갤럭시S9에 적용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
구글도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을 놓치면 사용자 수를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삼성전자와 관계를 더 돈독히 할 필요성이 크다. LG전자와 소니 등 다른 스마트폰업체의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자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와 ZTE 제재는 구글에도 사망선고가 될 수 있다"며 "구글이 저가 스마트폰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운영체제 독립이 가속화될수록 삼성전자는 구글에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 스마트폰과 운영체제 최적화 성능을 강화하거나 콘텐츠사업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에서 벌어들이는 광고수익 일부를 삼성전자와 나누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입지가 더 튼튼해진다면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자오밍 화웨이 명예회장은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당분간 구글 안드로이드를 계속 사용하겠지만 자체 운영체제를 전면적으로 적용할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