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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CEO' 정태영의 빛과 그림자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3-17 15: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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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CEO' 정태영의 빛과 그림자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사장 <사진=뉴시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스타 CEO’로 꼽힌다. 디자인 경영으로 연예인 못지않은 조명을 받는다. 디자인 경영으로 회사를 살려냈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모든 스타는 인기만큼이나 스캔들도 있는 법이다. "정태영 사장의 성과는 현대기아차의 몰아주기의 결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스타 CEO의 빛과 그림자인 셈이다. 어느 쪽이 더 넓을까?

◆ 재벌가 사위 스타 CEO 정 사장의 성공신화

정 사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사위다. 일찍이 현대차에서 일을 했지만 그가 빛을 낸 것은 금융 쪽이다. 정 사장은 2003년 10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사장이 됐다. 그룹 안에 적임자가 없어 정 사장을 선택했다는 후문이 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한 번’ 살려보라는 정몽구 회장의 요구가 있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당시 생사의 기로에 있었다. 현대카드는 2003년까지 6,27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던 부실기업이었다. 시장점유율도 겨우 1.7%였다. 주변 인사들은 퇴출이 멀지 않았다고 수군댔다. 현대카드의 카드연체율은 10%에 육박했고 미수금만 1조 원이 넘었다.

현대캐피탈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현대캐피탈 영업적자는 2,250억 원이나 됐다. 정 사장은 훗날인 2010년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런 회사 사정을 취임 2주가 지나서야 겨우 알게 됐다”며 “처음엔 내가 계산을 잘못한 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직면한 위기를 돌파했다. 2003년 ‘현대카드M’을 출시해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늘렸다. 이후 그는 2004년부터 ‘알파벳 마케팅’을 통해 현대카드가 혁신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강조했다.

차별화는 마케팅에 멈추지 않았다. 조직문화를 바꿔갔다. 정 사장은 취임 이후 각종 회의를 줄이고 서열주의를 타파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생명인 금융업에 맞게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현대카드는 7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마치는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부실규모가 워낙 큰 탓에 결국 매각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정 사장은 현대카드M의 성공으로 희망을 발견했고 투자자를 물색했다. 2005년 제너럴일렉트릭(GE) 소비자금융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자본금을 조달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재무상황은 극적으로 호전됐다.

현대카드는 2005년 5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듬해 영업이익이 1,11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연체율은 5.5%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8년엔 매출액 1조5,943억 원과 영업이익 2,578억 원을 거둬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현대카드는 2010년 14.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13%대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업계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전벽해 같은 변화다.

현대캐피탈도 2005년 41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기업이 됐다. 영업이익은 2006년 3,830억 원으로 늘어났고 2007년 4,755억 원, 2008년 5,054억 원까지 커졌다. 현대캐피탈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8천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스타 CEO' 정태영의 빛과 그림자  
▲ 정태영 사장은 2005년 8월 GE 소비자금융과 제휴를 성사시켜 현대카드에 대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정 사장은 종로학원 창립자인 정경진 전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79년 고려대 사범대부속고등학교를 졸업했고 1983년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정 사장은 1985년 정몽구 회장의 둘째 딸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결혼했다. 정 사장이 당시 거의 일반인에 가까웠음에도 국내 굴지의 재벌가문 딸과 혼인할 수 있었던 데는 소박함을 중시하는 현대가의 가풍이 자리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 사장은 처음에 현대자동차 쪽에서 일했다. 1987년 MIT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현대종합상사에 입사한 뒤 현대모비스(당시 현대정공)의 도쿄와 샌프란시스코, 미주지역 법인 등에서 근무했다. 2000년 현대모비스 전무와 기획재정본부 본부장을 지냈고 2001년부터 기아자동차로 옮겨 2002년 말까지 구매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 정 사장의 어두운 그림자

정 사장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기적적으로 살렸다는 칭송과 함께 현대기아차의 몰아주기로 이룬 성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야박한 평가도 받는다.

2012년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 건수 가운데 현대기아차 판매 취급 비중이 98.5%나 된다.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수익이 3,589억 원인데 이 가운데 99.5%에 해당하는 3,570억 원이 모두 현대기아차 판매에서 나왔다.

수입자동차 업체의 캐피탈 영업사들이 보통 50%에서 최대 80%정도의 자사 취급 비중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김기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현대캐피탈이 여신전문금융사가 아니라 현대기아차 전속 할부금융팀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할 정도다.

정 사장은 2012년 10월 당시 선보인 초저금리 자동차할부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부당내부거래라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일반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보다 더 낮은 금리로 차량 구입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실제 금리 할인에 따른 비용은 현대기아차가 전액 부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거래라는 논란이 일 수밖에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현대캐피탈이 모기업과 계열사로 있는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의 지원 혜택이 너무나 파격적인 만큼 모기업의 내부 지원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런 대목은 정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연결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현대기아차그룹 없이 정 사장의 성공가도가 가능했겠느냐고 의문을 던진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부활은 현대기아차라는 막강한 캡티브마켓(기업 내부의 자체 수요에 따라 형성된 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개정을 앞두고 있어 정 사장의 경영능력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개정 법에 ‘금융회사의 상근 임원은 다른 회사의 상근직을 맡을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법이 개정될 경우 정 사장은 현재 맡고 있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중 두 곳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야 한다.

따라서 정 사장의 ‘경영 스타성’은 최근 그가 부쩍 관심을 쏟고 있는 현대라이프에서 비로소 평가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사장은 2012년부터 현대라이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정 사장이 현대기아차그룹의 지원 없이도 현대라이프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운 좋았던 재벌가 2세 경영자’라는 한정적 평가를 완벽히 지울 수 있을 것이다.

정 사장은 도덕성 논란이라는 스캔들도 겪었다. 현대카드는 최근 카드를 만드는 고객들에게 기준을 초과하는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불법영업이 적발되면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가 예고돼 있다. 지난해 11월 사망자에게 카드를 발급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정 사장은 현대캐피탈 때문에 궁지에 처한 적도 있다. 정 사장은 2011년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사건으로 한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가까스로 중징계를 피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현대차가 신차 할부 구입 고객의 계약정보를 현대캐피탈에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 사장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또 지난 2월 채권을 추심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을 협박한 사실이 드러나 정 사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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