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또 다시 북한 땅을 밟을 수 있을까?
이희호씨가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감회에 젖었다. 이씨는 혼자된 뒤로도 남북교류 확대에 줄곧 힘써왔는데 1차 회담을 이끌었던 김 전 대통령의 뜻이 이번 회담으로 더욱 빛나기를 바라고 있다.
이희호씨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와 대담에서 며칠 앞으로 다가온 정상회담을 두고 “기쁘다”며 “하루 빨리 통일이 되고 서로 만나 같이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고생스러운 시대였다”며 “남북 정상회담은 제가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기억나는 건 김정일 위원장이 남편과 손을 붙잡고 성명서를 낭독한 것, 그날 평양 냉면도 먹었다”고 회고했다.
이씨는 세상을 떠난 남편이 그립고 "꿈에서 만난다"고 말했다. 평양 냉면이 인상적 이유는 옥류관이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인생에서 크게 기뻤던 순간을 보낸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씨에게 남북통일은 민족의 염원인 동시에 가정의 숙원인 셈이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2009년 서거한 뒤 그의 유지를 따라 남북통일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씨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2011년과 2015년에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특히 2011년 방북은 베일에 싸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남한에 알리는 기회였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무위원장이 사망했을 당시 조문차 방북해 상주인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 그를 만난 남측 인사는 이씨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이 유일했다.
셋째 아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2011년 어머니의 방북에 동행한 뒤 “
김정은 위원장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며 남북관계를 위한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방북 허용을 요청했다. 2015년에 94세의 나이로 북한을 방문했지만 남북 고위 관계자들의 의견 차이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은 불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역사에 새겨진 ‘김대중의 길’을 따라 남북이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고 지난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 한국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09년 서거하기 1년 전인 2008년 6·15남북공동선언 8주년 기념행사에서도 “남북-북미가 결국 대화와 협상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보였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앞으로 남북대화의 길잡이 회담으로 제 역할을 다한다면 ‘김대중의 길’은 언젠가 평양까지 뻗어갈 수도 있다.
이씨도 그리웠던 평양의 옥류관 냉면을 또 다시 먹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