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계열사들의 역량을 끌어모아 반도체사업에서 시너지를 추진하는 '밸류체인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SK그룹의 반도체 관련 계열사에서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공장 증설, 인수합병 등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활발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최근 수년 동안 집중해오던 반도체 관련사업 투자에서 본격적으로 결실을 거두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을 냈고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 SKC와 SKC솔믹스 등 반도체 소재를 공급하는 계열사도 매출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연결기준 매출은 2016년과 비교해 75% 늘었다. SK머티리얼즈의 매출 성장률은 11%, SK실트론은 12%, SKC는 13%, SKC솔믹스는 40%에 이른다.
최태원 회장은 통신과 화학 등에 집중하던 SK그룹의 주력사업을 반도체사업으로 바꿔내는 목표를 두고 최근 수년 동안 여러 대규모 인수합병과 투자를 진두지휘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역사상 가장 성공적 인수합병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후 반도체 가스업체 SK머티리얼즈와 웨이퍼 전문업체인 SK실트론이 차례로 인수되며 반도체사업에 힘을 실었다.
SKC솔믹스는 최근 중국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워 반도체 부품사업 규모를 더욱 키우기로 했다. 화학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도 반도체 소재사업 진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SK그룹 계열사들이 협업으로 시너지와 사업가치를 창출해내는 밸류체인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사업에서 이런 효과를 완전히 자리잡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은 반도체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사업 확장에 유리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 핵심 재료인 웨이퍼 공급이 전 세계적으로 부족해지며 SK하이닉스가 SK실트론을 통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한 효과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경쟁기업들이 웨이퍼 물량 부족으로 출하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 측면에서 우위에 서게 됐고 공급가격 협상에도 유리한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0조 원을 증설 투자에 썼다. 다른 반도체 관련 계열사도 SK그룹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받아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실트론은 지난해 말 4천억 원 규모의 공장 증설계획을 밝혔다. SKC와 SKC솔믹스도 구체적 투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반도체 소재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최근 내놓았다.
최 회장은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SK그룹의 반도체와 소재사업에 3년 동안 49조 원을 들이겠다는 공격적 투자계획도 제시했다.
▲ 경기 이천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 |
당분간 SK그룹 반도체 관련 계열사에서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내놓은 투자 예정 금액을 볼 때 SK그룹이 반도체 관련 계열사를 추가로 인수합병할 가능성도 힘을 얻고 있다.
SK그룹의 반도체사업 역량 강화는 SK텔레콤 등 정보통신 계열사의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최 회장이 궁극적으로 반도체사업과 정보통신사업 사이에서도 시너지를 추진하는 밸류체인 전략을 완성하기 위해 반도체사업에 특히 더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의 반도체 투자계획은 그룹 차원의 일로 아직 각 계열사에 전달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반도체 관련 계열사들에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