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이 올해 서울 마곡에 새 사옥을 짓고 마곡 시대를 시작하면서 4세경영에도 시동을 걸었다.
22일 코오롱그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웅열 회장의 아들
이규호 상무가 1월 자회사 리베토 대표이사를 맡았는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오롱그룹이 올해 마곡 시대를 열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는 점에서 이 상무의 대표이사 취임은 의미가 각별하다.
코오롱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고 있어 이 대표가 코오롱그룹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두 여동생은 국내외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등 경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경영수업은 조금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오너일가의 자녀들은 그룹의 주력 사업이나 그와 관련한 신사업을 맡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그는 코오롱그룹의 주력사업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쉐어하우스사업에서 시작했다.
쉐어하우스는 여러 사람이 한집에 살면서 각자 개인 공간은 따로 쓰되 화장실, 주방 등 공간을 공유하는 주거방식이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을 통해 쉐어하우스사업을 해왔다.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여성 전용 쉐어하우스 브랜드 ‘커먼타운’을 내놓았고 관련 사업을 분할해 리베토를 설립했다.
작은 회사이고 시장의 규모도 크지 않지만 쉐어하우스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이 대표는 리베토가 경영자로서 데뷔 무대인 만큼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베토의 초기 자본금은 15억 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1월 제3자배정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14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36억 원을 출자할 만큼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셰어하우스사업은 전망도 나쁘지 않다. 사회적으로 1인 가구가 늘고 가계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변화하고 있는 주거문화의 방향과 맞아 떨어진다.
이 대표가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는 점도 쉐어하우스 사업을 맡게 된 데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리베토를 통해 그가 하려는 사업은 그동안 코오롱하우스비전이 진행한 '커먼타운'사업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커먼타운은 다세대, 빌라, 오피스텔 등의 소유자와 계약을 맺고 이를 임대주택으로 개발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쉐어하우스사업은 그동안 외부에 알려진 이 대표의 이미지와도 어울린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은 몇몇 대기업 오너일가 자녀들과 달리 별다른 구설이나 사건사고에 휘말린 적이 없다.
지나온 삶을 보면 자기관리에 엄격했다는 느낌을 준다. 그는 미국 시민권자이면서도 현역으로 국방의 의무를 마쳤다. 군 복무 중에는 레바논 UN평화유지군에 동명부대에 자원해 레바논에도 다녀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서 일할 때는 평사원들과 함께 사원숙소에서 지내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등 모습을 보여 소탈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대표는 2012년에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2013년에 코오롱글로벌로 자리를 옮겨 건설현장 등에서 경험을 쌓기도 했다. 2014년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부장을 맡은 뒤부터 승진을 거듭해 2017년 12월 코오롱 상무가 됐다.
그가 리베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경영능력을 보여준다면 코오롱그룹의 마곡 시대는 더욱 희망적일 것이다. 코오롱그룹 안팎의 시선이 작은 회사 리베토에 쏠리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