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과 협력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13일 원전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미국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 참여할 가능성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전 수주를 희망하는 나라로부터 받은 상용원전 관련 기술정보요구서(RFI)를 토대로 이르면 4월 원전사업과 관련해 예비사업자(Short-List)를 발표한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예비사업자에 포함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예비사업자에 선정되면 합종연횡을 통한 컨소시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다음 출장은 미국으로 떠나 미국의 원전 서플라이체인(공급망)과 전략적 협력관계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꼽히고 있는 만큼 미국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미국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논의가 본격화하면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특허청장과 산업자원부 제1차관을 역임한 관료 출신으로 관료 시절 통상전문가, 특히 미국 통상전문가로 손꼽혔다.
1980년대 후반 상공부 통상협력담당관으로 일하며 미국과 벌였던 슈퍼301조 관련 협상에서 한국의 입장을 끝까지 관철해 미국 통상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뒤 통상산업부 통상협력국장, 산업자원부 국제산업협력국장 등을 지내며 ‘미국 통상분야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국내에서뿐 아니라 미국 측에서도 김 사장의 협상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료 시절 뛰어난 영어실력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1998년 독일에서 열린 국제행사를 영어로 진행하는 김 사장의 모습을 본 이기주 당시 독일대사가 “대한민국 공무원 중 저렇게 고급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극찬한 일화도 전해진다.
관료를 그만둔 뒤에도 하이닉스반도체, 한국지멘스 등 글로벌기업을 이끌며 국제적 감각을 유지했다.
김 사장의 관료와 민간기업에서 쌓은 경험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이 백 장관의 미국 출장에 동행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안으로 백 장관이 미국 출장을 갈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산하 기관장의 동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김 사장이 13일 취임한 만큼 동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