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이 잘못 받은 ‘유령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긴 여파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회사의 신뢰에 엄청난 타격을 받은 데 이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와 관련한 사고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삼성증권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6일 우리사주조합에 가입한 직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다가 직원의 입력 실수로 1주당 1천 원 대신 1천 주를 입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알아챈 직원 대다수는 회사에 문제를 알렸지만 일부 직원들은 실수로 들어온 주식 가운데 501만3천 주를 내다팔아 차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 지급받은 주식을 내다판 직원은 현재 30~40명 정도로 추정된다.
삼성증권은 잘못 지급된 주식을 환수하면서 주식을 팔았던 직원들에게 같은 물량을 매수할 것을 지시했다. 물량이 부족하면 실제 주식을 지급해야 하는 10일까지 주요 주주들에게 주식을 빌려 문제가 된 직원들의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에게 주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또 직원들이 잘못 지급된 주식을 팔아치우는 과정에서 삼성증권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입은 일반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에도 대비해 피해 구제책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증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피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당시 삼성증권의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담당 직원의 실수를 상급자 등이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데다 전체 발행주식보다 많은 주식물량이 입고됐는데도 경고 메시지 등을 통해 이를 걸러주지 못하는 시스템상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한 영업이나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를 저질러 건전경영을 훼손하거나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한 곳을 대상으로 기관제재를 할 수 있다.
손실의 정도에 따라 영업 인가나 허가 취소, 영업정지, 기관경고, 기관주의로 나뉘는데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돼 해외 진출이나 신사업 등 영업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삼성증권이 잘못 지급된 주식을 환수하면서 직원들이 존재하지 않는 ‘유령 주식’을 사실상 무차입공매도한 것으로 판단돼 영업정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다음 주가가 떨어지면 그 주식을 사들여 되갚는 방식이다. 이때 주식을 빌리지 않고 먼저 팔기부터 하면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한 무차입 공매도로 분류돼 중개 금융기관이 6개월 이하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높은 안전성을 강점으로 앞세워 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며 영업 전반에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직원들이 잘못 지급된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챙기면서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질타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삼성증권에서 벌어진 이번 사고는 증권시장 전체을 향한 불신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삼성증권의 시스템 규제뿐 아니라 공매도 자체의 금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온 뒤 이틀 만인 8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추천 혹은 참여인원이 12만 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증권사의 시스템 전반을 살펴보기로 하는 등 사건의 여파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삼성증권이 신속한 대처에 나서더라도 법인 대상의 제재는 물론 막대한 타격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