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법령의 ‘전부 개정안’ 발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법제처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를 목표로 법령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제처는 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32개 중앙행정기관의 법무담당관과 함께 ‘2018년도 상반기 중앙행정기관 법무담당관 회의’를 열고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를 위한 법령 정비에 협조를 요청했다.
법제처가 2006년부터 진행해 온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에 다시 한번 힘을 싣는 것은 헌법을 쉽게 만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3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개헌 자문안을 보고 받으며 법제처에 헌법을 쉬운 우리말로 고치는 작업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자어가 많이 섞여있는 우리 헌법을 한글로 바꿔 놓는 작업을 미리 해놓으면 새로운 헌법 개정을 논의할 때 참조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법령이 만들어지는 처음부터 한글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쉬운 법령을 강조한 만큼 정부의 전부 개정안 입법 발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복잡한 세법조문을 정비하고 중복되고 어려운 용어를 손보는 등 납세자의 편의를 돕기 위해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전부 개정안을 2월 국무회의를 거쳐 각각 발의했다.
종업원과 고용인, 직원, 사용인 등을 ‘직원’으로 통일하고 사업과세기간을 ‘사업연도’, 손괴를 ‘파손’ 등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꾸는 식이다.
기획재정부는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이어 ‘국세기본법’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전부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법을 개정하는 방식은 크게 법령의 일부만 바꾸는 ‘일부 개정’과 법령의 전체나 대부분을 개정하는 ‘전부 개정’ 등 2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기존 조문의 3분의 2 이상을 개정하면 전부 개정하는 방식을 따르는데 알기 쉬운 법령을 위해 용어나 표현을 전반적으로 손보게 되면 전부 개정 형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사회환경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전부 개정안 발의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부 개정은 법령의 핵심적 부분을 바꾸거나 법률이 만들어진 지 오래 돼 조항들이 전체적으로 현실과 맞지 않을 때도 이뤄진다.
3월 법무부가 발의한 ‘가사소송법’ 전부 개정안이 대표적 사례다.
가사소송법은 1991년 제정돼 시행됐는데 그동안 한 번도 전면 개정되지 않아 미성년자 보호 등에서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가 입법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전부 개정안도 많다.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인인증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자서명법’ 전부 개정안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전부 개정안을 각각 20년과 18년 만에 입법예고했다.
고용노동부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24년 만에 ‘직업안정법’의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올해 안에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법령을 전부 개정하면 법령을 폐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부칙규정 등은 원칙적으로 모두 효력을 잃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