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이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곧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한화S&C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자 우선 일감 몰아주기 논란부터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화그룹, 5월에 일감 몰아주기 해소방안 내놓기로
3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늦어도 5월 말까지 한화S&C와 관련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한화그룹에서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뼈대로 하는 개선안을 내겠다고 전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그룹에서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한화S&C의 물적분할을 추진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정위로부터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자 결국 자발적으로 다시 개선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현재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한화S&C에 한화그룹 계열사의 시스템통합과 관리·컨설팅부문의 일감을 대량으로 몰아줬다. 한화S&C는 한화그룹에서 전체 매출의 50~60%가량을 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오너일가가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오른다.
한화그룹은 한화S&C를 물적분할해 존속법인 에이치솔루션과 신설법인 한화S&C를 만든 뒤 한화S&C의 지분 44.6%를 재무적투자자에 매각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려 했다.
‘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한화S&C’의 지분구조를 ‘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에이치솔루션→한화S&C’의 형태로 바꾸면 오너일가가 한화S&C를 직접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공정거래법을 어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한화그룹의 움직임을 놓고 2월에 “한화S&C의 물적분할과 지분구조 변화가 사익 편취규제에서 비켜가려는 것인지 혹은 구조 개선인지 논란이 있어 (지배구조 개선) 모범사례에 맞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한화그룹의 상황이 난처하게 됐다.
공정위가 기업집단국을 동원해 3월12일 한화S&C와 에이치솔루션, 한화 등을 현장조사하면서 한화그룹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한화S&C를 물적분할 하면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세무조사 등으로 일감 몰아주기 해소방안 검토가 연기됐던 것”이라며 “5월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화S&C 문제 어떻게 처리할까
한화그룹이 한화S&C의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는 방안을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는 본다.
현재
김동관 전무와
김동원 상무, 김동선 전 차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S&C의 지분 5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에이치솔루션이 한화S&C의 지분을 20%대까지 낮추면 공정위로부터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큰 압박을 받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화S&C가 한화그룹 다른 계열사들과 합병해 외형을 키워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방법으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S&C와 몸집이 비슷한 여러 계열사들을 합친다면 굳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합병에 따른 매출 확대 효과를 봐 내부거래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개혁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한화그룹이 또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화S&C를 상장할 가능성도 있다. 한화S&C를 상장하면 한화그룹에서 내부거래로 얻은 이익을 일반 주주들과 나누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데다 경영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상장 역시 구주매출을 하지 않는 이상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는 데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검토대상에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합병이나 상장, 지분의 추가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놓고 가장 합리적 방안을 찾아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 |
◆ 지주회사체제 전환방안도 내놓을까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지배구조 개선방안 이외에도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한화그룹은 현재 형식상 지주회사 구조를 갖춰놓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최대주주인 한화가 한화케미칼과 한화테크윈, 한화건설 등을 지배하고 있고 세 아들이 최대주주인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큐셀코리아 등을 지배하고 있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가 한화와 에이치솔루션 등 두 곳인 셈이다.
하지만 두 회사는 모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주회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자산의 절반 이상을 자회사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지주회사로 판단하고 지정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지상방산, 한화도시개발이 일반지주회사로 지정돼있다.
그러나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지상방산, 한화도시개발 등 세 곳 모두 한화그룹에서 주요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하지도 않고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회사도 아니다.
김 회장이 지난해 중순부터 시작된 대기업들의 지주회사체제 전환 움직임에 발맞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우선 해소한 뒤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의견이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 기업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하게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김 회장이 지주회사 전환을 심사숙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아들에게 지분을 물려주기 위해서 에이치솔루션과 한화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그동안 증권가에서 꾸준히 나왔으나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세 아들의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이려면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한화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들과 에이치솔루션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들의 덩치가 달라 현 시점에서 합병을 한다고 해도 지분 승계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합병방안은 현실성이 없다”며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5월 개선안이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