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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의 배당확대 발표를 국내 증권사들은 어떻게 볼까?
삼성전자가 지난주 특별배당 실시를 예고하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적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주주친화 정책 요구에 화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배당확대가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 수 있는 데다 실적개선 여지가 아직 불투명해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치 높이는 증권사들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47만 원에서 160만 원으로 상향조정한다고 22일 밝혔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배당확대 발표는 현재 진행중인 자사주 매입과 함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긍정적 요인”이라며 “그동안 등한시했던 주주중시 정책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주가에 상당히 긍정적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올해 특별배당금 성격으로 전년보다 30~50% 정도 배당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는 올해 총 배당금이 주당 약 2만 원에 이를 것으로 점친다.
아이엠투자증권도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8만 원에서 160만 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투자의견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배당수익률은 애플이나 인텔 등 해외 주요 IT기업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주주들의 주주환원 요구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어 지주사 전환 뒤 오너의 지분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배당성향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은 목표주가 상향없이 종전 160만 원을 유지했지만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자사주매입에 이어 배당 확대로 주주이익 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주가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져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높인 IBK투자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5조2천억 원으로 예상했다. 전체적으로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치겠지만 우려할 만큼은 아니며 스마트폰사업도 3분기 충격에서 점차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승우 연구원은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좋아질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아직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최소한 심리적으로 삼성전자 실적이 바닥을 지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이엠투자증권은 3분기 삼성전자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스마트폰과 시스템반도체사업이 내년 본격적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민희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내년 애플이나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보다 삼성전자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시스템반도체를 맡는 시스템LSI사업부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내년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첨단 미세공정인 ‘14나노 핀펫’ 경쟁에서 경쟁사인 TSMC에 우위를 점하며 애플과 퀄컴의 생산물량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시장의 경우 내년 삼성전자의 대대적 반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갤럭시S5와 갤럭시노트4의 흥행 실패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며 위기의식에 가득 차 있다”며 “삼성전자의 강점인 하드웨어 개발 역량을 총 집결한 갤럭시S6을 통해 반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목표주가와 실적, 신중론도 제기돼
삼성전자의 배당확대 발표에 대해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에서 아쉬운 점은 ‘특별배당금 성격’이라는 문구”라며 “이는 삼성전자 주주환원 정책의 방향성이 지속적이지 않고 일회성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분기와 내년 실적개선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배당증대 결정은 긍정적이나 본질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은 실적 턴어라운드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4조5천 억 원에 그치고 내년 분기당 영업이익도 5조 원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라인업 정리와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중국업체들에 중저가시장을 내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제품 차별화가 수반되지 않은 원가절감 노력은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며 “높은 수준의 브랜드 이미지와 강력한 글로벌 유통망을 유지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어 분기당 3조원의 마케팅비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사업의 실적이 개선되겠지만 스마트폰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내년 전체 영업이익이 20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