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출신들은 바이오사업과 DNA가 맞는 것일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바이오사업과 무관한 대우자동차 출신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바이오업계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또 한명의 대우그룹 출신 경영자가 있다.
박영철 TCM생명과학 대표 겸 바이오리더스, 넥스트BT 대표 이야기다.
1990년대 대우그룹 해외사업담당부서에서 일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대우건설의 초고층 빌딩인 ‘트럼프월드’ 건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에는 바이오회사를 설립해 사세를 키웠고 최근 인수합병을 통해 상장사를 연이어 인수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2009년 TCM생명과학의 전신인 한국티씨엠을 설립하고 2015년 코넥스에 상장했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인 바이오리더스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 제약사인 넥스트BT도 인수했다.
그리고 이 3개 회사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박 대표가 2009년 설립한 한국티씨엠은 체외진단 전문기업이다.
2009년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신종플루가 전국에 유행했다. 병원마다 신종플루 환자를 진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한국티씨엠은 한번 검사에 환자가 신종플루인지 조류독감인지 계절성 독감인지를 확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한국티씨엠은 2017년 초 회사이름을 TCM생명과학으로 바꿨다.
TCM생명과학은 지난해 9월 국내에 자궁경부암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인 ‘가인패드’를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발생한다. 여성이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궁경부상피이형증 1~3기를 거쳐 암으로 발병하는데 2, 3기는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전암으로 불린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에서 발생하는 암 중 2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암이다. 자궁경부암은 여러 암들 가운게 유일하게 백신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지만 막상 발병 이후에는 특화된 치료제가 없다.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수술로 90%이상 완치할 수 있지만 막상 조기 진단조차 쉽지 않다.
자궁경부암 검사를 여성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병원에 방문해 자궁 내부의 세포를 브러쉬로 채취한 다음 현미경으로 검사해야 하는데 여성들이 이런 검사 방법에 수치심과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TCM생명과학이 출시한 가인패드는 생리대나 팬티라이너와 유사한 자가진단키트로 여성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자궁경부암 유발 물질인 HPV 바이러스의 존재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고 한다.
가인패드는 지난해 출시되자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등 큰 화제를 모았으며 TCM생명과학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가인패드 판매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중동 등 종교적 문제로 자궁경부암 진단이 어려운 이슬람 국가로도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 대표는 가인패드 출시를 앞두고 지난해 초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이오리더스를 인수했다.
바이오리더스는 1999년 설립된 바이오기업으로 자궁경부전암 치료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2b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리더스는 주사제를 경구용 치료제로 만드는 고유의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바이오리더스의 자궁경부전암 치료제는 경구용 치료제로 출시된다.
최근에는 바이오리더스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인 넥스트BT 경영권도 인수했고 대표에 올랐다.
넥스트BT는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으로 여러 약재를 배합해 만든 건강식품 ‘황제 침향원’으로 유명하다.
넥스트BT는 자회사로 제약사 내추럴FNP를 두고 있다. 네추럴FNP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 1호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넥스트BT가 보유한 유휴 부지에 GMP 인증 의약품 공장을 신축해 생산능력을 늘릴 계획을 세웠다.
바이로리더스와 넥스트BT인수를 통해 자궁경부암 조기진단과 치료제 개발, 생산시설 확보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넥스트BT는 안정적 이익을 내는 회사라 바이오리더스 재무구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BT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37억 원, 영업이익 28억 원을 냈다. 2017년보다 매출은 13.1%, 영업이익은 55.6%가 늘어났다.
박 대표의 거침없는 인수합병에 주목하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바이오리더스는 올해 2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발표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급성장 1000대 기업에 메디톡스, 셀트리온 등과 함께 선정됐다.
박 대표도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거래소, 코스닥 협회 등이 후원하는 ‘2018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 혁신경영 부문에 선정됐다.
박 대표는 “진단과 신약개발, 치료제 생산 및 유통을 모두 아우르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