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이 인공지능 등 신산업 발달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수요 급증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증설 투자를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무역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론과 경쟁을 벌이기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에 낙관적 전망을 보이며 시설 투자 규모도 이에 맞춰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신산업 발달로 발생하는 D램 신규 수요가 현재 전체시장 규모를 웃돌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메모리반도체시장이 성장기와 침체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서버용 반도체의 수요 증가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서버 1대당 평균 D램 탑재량이 지난해 145기가 정도에서 2021년 약 350기가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1.5테라바이트에서 6테라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시장분석지 마켓리얼리스트는 "마이크론은 최근 확산되는 반도체업황 악화 전망보다 신산업분야 중심의 수요 증가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공격적 시설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론은 올해 자체 D램 출하량 전망치를 이전보다 소폭 높여 내놓으며 일본과 대만의 D램 공장에 모두 내년부터 양산을 목표로 증설 투자를 벌인다고 발표했다.
낸드플래시분야에서도 서버용 저장장치로 사용되는 SSD의 생산 비중을 늘리기 위한 추가 시설 투자 계획이 공개됐다.
마켓리얼리스트는 "마이크론의 증설 계획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에 공격적 투자를 예고한 뒤 이어졌다"며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갖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합산 점유율은 전 세계 D램시장에서 약 90%, 낸드플래시시장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며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 업체의 전략 변화가 반도체업황 전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투자 계획을 주시하며 긴밀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기업들이 수요 증가 가능성에 대응해 일제히 대규모 증설 투자에 나섰다가 공급 과잉으로 피해를 본 역사가 과거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여러 차례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마이크론의 반도체 증설 투자 계획은 미국과 중국 등 한국 반도체기업의 주요 수출국가에서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에 수입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논의되는 한편 중국도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는 대신 한국기업의 반도체 구매량을 줄이는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 고객사들이 메모리반도체 수입 물량 대부분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하고 있어 단기간에 이를 마이크론의 반도체로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공장 증설 효과로 중국과 미국의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춰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에 직접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도체기업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무역 상황과 관련해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아직 대응방안 등을 언급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