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노르웨이 해양산업 전문매체 업스트림은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이 발주하는 토르투 해양플랜트가 글로벌 엔지니어링회사 테크닙FMC와 중국 조선사 CSHI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토르투 해양플랜트는 아프리카 모리타니와 세네갈 사이에 있는 바다에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토르투 해양플랜트 입찰 결과는 당초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이 지난해 12월 발표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올해 4월까지로 늦어졌다.
현대중공업은 미국 엔지니어링회사 KBR과, 삼성중공업은 우드그룹머스탱과 컨소시엄을 이뤄 토르투 해양플랜트 입찰에 참여했다. 1월까지만 해도 한국 조선사가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고 업계는 바라봤는데 두 달 정도 만에 중국 조선사가 강력한 수주 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대형석유회사들이 그동안 한국 조선사와 끈끈한 관계를 다져왔지만 다른 대안을 찾아보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 조선사가 토르투 해양플랜트를 수주한다면 아프리카에 투입되는 FPSO를 중국 조선사가 처음으로 건조하게 되면서 다른 글로벌 대형 석유회사도 중국이 건조하는 FPSO에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대형석유회사 스타토일은 지난해 요한카스트버그 해양플랜트를, 셸은 비토 해양플랜트를 싱가포르 조선사 셈코프마린에게 발주했다. 두 해양플랜트 모두 한국 조선사가 수주할 것으로 유력하게 전망됐던 일감인데 놓친 것은 글로벌 대형석유회사들이 한국 조선사가 아닌 다른 조선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다만 업스트림은 “브리티시페트롤리엄과 테크닙FMC가 선체와 거주구 등 토르투 해양플랜트의 하부구조물만 중국 조선사에게 맡기고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상부구조물은 다른 조선사에게 제작을 맡길 가능성도 높다”고 보도했다.
한국 조선사는 글로벌 중대형 해양플랜트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져왔다.
삼삼증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전세계 해양유전 개발시장에서 한국 조선사는 중대형 해양플랜트를 대부분 수주하면서 평균판매단가가 4억6천만 달러에 이르지만 중국의 평균 판매단가는 6200만 달러에 그치면서 큰 격차를 보였다.
▲ 삼성중공업이 만든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이미지.
하지만 중국이 이런 분위기를 뒤집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글로벌 대형 석유회사들도 중국 조선사에게 해양플랜트를 발주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선박공업 구조조정 심화와 전환 업그레이드 가속을 위한 액션플랜’에 따르면 중국 조선사는 2020년까지 해양플랜트 수주 점유율을 35%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중국 정부는 상선부문에서 중국 조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발주처에게 강력한 금융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는데 해양플랜트부문에서도 이런 전략을 펴면서 한국 조선사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조선산업 목표를 고려하면 2020년 이후에 중국 조선사의 고부가가치 선박 및 해양플랜트 점유율이 한국과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