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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베트남에 ‘제3의 CJ’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CJ그룹은 이런 이 회장의 뜻에 따라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왔다.
CJ그룹은 영화사업을 비롯해 물류와 홈쇼핑, 바이오, 사료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CJ그룹은 베트남의 영화사업과 홈쇼핑사업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는 동안 사업확장이 주춤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재현 회장보다 베트남 진출이 늦었지만 그 꿈은 오히려 이재현 회장에게 뒤지지 않는다. 롯데그룹은 패스트푸드 1위에 오른 롯데리아의 성과를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으로 확대하고 있다.
신 회장은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신흥국시장 공략의 거점이 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중국에 이어 동남아에서 성공할 때 비로소 롯데그룹이 아시아 톱10에 들어가는 그룹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이재현 “베트남에 제3의 CJ를 세우자”
CJ그룹은 오래 전부터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 ‘제3의 CJ’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추진해 왔다.
이재현 회장은 호치민에서 "베트남 사업부문을 강화해 제3의 CJ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CJ그룹은 1996년 베트남에 사무소를 열고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그뒤로 CJ그룹은 베트남에서 사료, 베이커리, 홈쇼핑, 물류, 영화, 바이오 등 7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01년 베트남에 CJ제일제당의 사료공장을 세웠다. 2006년 물류사업을 시작했으며 2007년 제빵프랜차이즈인 ‘뚜레쥬르’ 매장을 냈다. 2011년 홈쇼핑사업에 뛰어들었고 베트남 영화관 ‘메가스티’를 인수했다.
CJ그룹은 올해 이 회장의 공백으로 많은 사업에서 차질이 빚어졌지만 베트남사업만큼은 지속적으로 확장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손경식 회장은 지난 10월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응웬 푸 쫑 당 서기장을 만나 베트남 국영방송인 VTV와 합작해 만든 드라마를 10개 나라에 송출하는 등 문화사업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응웬 푸 쫑 서기장은 “CJ그룹이 베트남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가사업은 베트남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베트남의 문화분야에도 활발한 지원과 사업을 이어가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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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욱 CJ 부회장이 지난 5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두정수 이사와 응우옌 뜩 탄 닌투언성 인민위원회 위원장, 트란 탄 남 베트남 농업부 차관과 함께 '베트남 새마을운동'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제3의 CJ, 어디까지 왔나
이재현 회장의 주도로 진행돼 온 베트남사업은 최근 성과를 거두고 있다. CJ그룹은 베트남의 영화사업과 홈쇼핑사업에서 확실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CJ그룹이 베트남 현지회사와 합작해 설립한 홈쇼핑 업체인 ‘베트남 SCJ’는 시장점유율이 7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CJCGV는 베트남 전국의 269스크린 가운데 100여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CJCGV는 베트남에서 14영화관을 보유해 박스오피스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섰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30여 매장을 내며 2012년부터 매장 수 1위를 지키고 있다.
CJ그룹은 베트남 부동산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제마데프트타워 지분 85%를 472억 원에 사들였다. 제마데프트타워는 호치민 중심가에 위치한 높이 22층, 연면적 1만6000㎡의 대형 오피스텔 빌딩이다.
CJ그룹은 베트남에 진출한 사무소들이 모이는 거점으로 이 빌딩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을 비롯해 CJCGV, CJ홈쇼핑, CJ대한통운 등 4곳이 함께 투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6개 층을 CJ그룹 계열사가 사용하고 나머지 16개 층을 임대해 수익을 얻을 것”이라며 “제3의 CJ를 구축하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돼 그 위상에 맞는 본사 건물을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베트남에서 사회공헌 활동도 열심히 벌이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5월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새마을운동’을 베트남에 전파하기로 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 가운데 일방적 지원이 아닌 지속적 농촌개발 운동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채욱 CJ그룹 부회장은 “베트남의 농업구조와 생활환경 향상에 CJ그룹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베트남의 농가에 한국산 고추를 공급하는 등 현지농가에 신기술을 제공한다. CJ제일제당의 연구소와 CJ프레시웨이의 전문가들이 한 달에 한 번 현지에서 교육한다.
CJ그룹은 베트남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영화창작교실, 찾아가는 영화관 활동을 진행해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CJCGV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고 있다.
◆ CJ 주춤하는 동안 롯데의 맹렬한 진출
CJ그룹의 베트남사업은 이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다소 주춤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추진하던 사료사업에 대한 투자속도를 조절했다. CJ프레시웨이도 베트남 현지의 유통망 인수를 보류했다.
CJ제일제당은 생물자원 사업본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베트남기업과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나 올해 인수 직전 중단했다. CJCGV도 올해 초 야심차게 계획한 해외극장 사업투자를 미뤘다.
CJ그룹은 2012년 2조9천억 원까지 투자를 늘려왔으나 지난해 이 회장이 구속된 뒤 투자규모가 2조6천억 원에 머무는 등 차질을 빚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적자를 내게 되는 해외시장 개척이나 대규모 인수합병은 총수만이 결정을 할 수 있다”며 “이재현 회장의 부재로 CJ그룹도 베트남 해외사업에 대한 투자확대가 미뤄졌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그룹은 최근 맹렬하게 베트남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18일 베트남 호치민 떤빈군에 롯데마트 10호점을 냈다. 롯데마트가 2008년 베트남에 처음 매장을 연 지 6년 만이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9월 롯데센터 하노이점에 이어 2번째 매장을 열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베트남 진출 6년 만에 베트남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며 “베트남에서 롯데그룹의 브랜드 인지도와 성장세를 바탕으로 국내 우수상품의 판로를 확대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롯데리아는 베트남 진출 16년 만에 ‘국민 버거’로 불리며 외식시장에서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롯데리아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베트남 음식문화를 반영해 밥과 신선한 야채 등 현지화 메뉴로 인기를 끌었다.
롯데리아는 2011년 100호점을 연지 3년 만에 200호점을 여는 등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리아보다 먼저 베트남 외식시장에 진출한 KFC와 졸리비 점포가 각각 137개와 52개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확장이다. 롯데리아는 최근 현지인이 직접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점 1호점도 열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베트남사업이 안정되면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 베트남의 성공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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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9월 '롯데센터 하노이' 개점식에서 베트남 응우엔 티도안 부대통령과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
◆ 신동빈 “신흥국은 세계경제 변화시키는 혁신의 지렛대”
롯데그룹은 지난 9월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 65층 규모의 초대형 건축물인 ‘롯데센터 하노이’를 완공했다.
신동빈 회장은 특히 롯데센터 하노이에 온갖 정성을 쏟았다. 신 회장은 5년 동안 4천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롯데센터 하노이는 신 회장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건설한 초고층 복합단지다. 이 건물에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있고 318실 규모의 롯데호텔도 들어섰다.
신 회장은 롯데센터 하노이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 왔다. 그는 “베트남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지만 곧 자동차가 대중화할 것”이라며 “지하 주차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2009년 “롯데그룹을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뒤 베트남시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신 회장은 정책본부장으로 그룹의 경영실무를 총괄할 때부터 베트남을 자주 방문하고 베트남의 정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는 데 주력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신흥국을 단순히 소비시장으로 보지 말고 세계경제를 변화할 수 있는 혁신의 지렛대로 보라”고 당부했다.
롯데그룹의 베트남사업 성과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베트남 매출은 2012년보다 7.6%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베트남 영업지점별 매출이 100억 원을 넘어 중국(67억 원)을 앞질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