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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가운데) 현대차 부회장 |
현대제철이 뜨겁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승계의 핵으로 현대제철이 떠오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정 부회장을 현대제철 등기이사에 남겨 둔 채로 물러났다. 현대제철은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으로 집결하고 있다. 정 부회장 승계 준비 작업을 위한 검토가 현대제철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왜 현대제철인가?
현대제철은 14일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정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정 부회장은 재선임되는 안건을 처리했다. 현대제철 측은 “정 회장은 제3고로 완성,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함에 따라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2005년 3월 현대제철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뒤 9년 만에 물러나게 된다.
정 회장을 대신해 강학수 부사장이 사내이사가 됐다. 강 부사장은 현대로템 대표로 있다 2009년부터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을 맡아왔다. 강 부사장의 선임은 향후 현대제철의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현대제철 측은 설명했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현대기아차그룹의 두 날개인 자동차와 제철을 모두 달게 됐다. 또 아버지 정 회장보다 더 많은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게 됐다. 정 회장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현대엔지비 등 4개 계열사 등기이사로만 남는다. 반면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비 현대제철 등 모두 6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자동차 주력 계열사와 현대제철 등 모든 핵심기업의 경영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경영승계를 위해 정점을 찍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관심은 경영승계 작업의 속도다. 정 부회장이 얼마나 이른 시간에 승계를 완성하느냐 하는 점이다.이와 관련해 현대기아차그룹의 움직임 가운데 최근 주목되는 점은 현대제철이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에 입주해 있던 현대제철 서울영업소가 이달 중으로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으로 이전한다. 14년 만에 현대제철의 모든 영업조직이 한 곳에 모이게 된다. 현대제철은 서울사업소 이전으로 더욱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양재동 사옥은 자동차와 철강이라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양 날개가 한곳으로 모여 명실상부 그룹의 심장부가 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과 합병하면서 서울영업소를 양재동 사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양재동 사옥의 공간 부족으로 현대하이스코 서울사무소에 근무 중이던 냉연부문 인력들만 일단 이주했다.
그러다 최근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을 계기로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이 위치한 계동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현대제철 서울사업소를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더케이트트윈타워로 이전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이전하게 된 것이다.
이런 현대제철의 움직임과 관련해 정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검토 작업이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와 더욱 관심이 쏠린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현대제철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현대제철 내부에 정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준비조직이 꾸려져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에서 현대제철의 상징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런 말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3고로를 완성하고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합병함으로써, 현대기아차그룹은 쇳물부터 완성차까지를 생산하는 체계를 완성했다. 정 회장이 현대제철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쇳물부터 완성차까지’의 토대 위에 정 부회장만이 유일하게 서게 됐다. ‘정의선 시대’를 맞을 수 있는 명분과 정통성이 굳건하게 다져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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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회장이 2013년 9월 13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제3고로 화입식 행사에서 고로 첫 가동을 위해 불을 지피고 있다. |
‘쇳물에서 완성차까지’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꿈이기도 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정부가 제2제철소 설립을 추진하던 1977년 종합제철소 설립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제2제철 사업자로 포스코가 선정됐다. 정 명예회장은 1978년 인천제철을 인수하면서 제철업 대신 철강업 진출로 방향을 선회했다.
정몽구 회장은 아버지의 꿈을 이어받아 1996년 회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제철사업 추진의사를 거듭 밝혔다. 당시 정부는 공급 과잉을 문제로 제철소 설립은 허가하지 않았지만 정 회장의 집념은 대단했다. 정 회장은 제철소 설립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정 회장은 1997년 경남도지사와 하동에 제철소를 짓는 기본합의서를 작성했지만 무산됐다. 하지만 정 회장은 2000년 강원산업과 삼미특수강을, 2004년 한보철강을 계속 인수해 철강부문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정 회장은 2006년 마침내 고로제철소 설립인가를 받아 제1고로 착공에 들어갔다. 정 회장은 2010년 제1고로 화입식에서 “보람있고 감격스럽다”며 “선대회장의 꿈을 드디어 이뤘다”고 소회를 밝혔다. ‘쇳물부터 완성차까지’를 향한 꿈이 33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고로3기를 완공하면서 올해 1200만 톤 생산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10월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합병하면서 냉연강판까지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현대제철은 오는 4월 특수강 전용공장 착공에 들어가는 등 외연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정 부회장 승계의 핵으로 현대제철이 주목받는 것도 현대제철에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현실로 만들어 놓은 꿈 위에서 ‘정의선 시대’를 열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