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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모바일 메신저 '챗온' |
‘삼성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던 모바일 메신저 ‘챗온(ChatON)’ 서비스가 종료된다.
삼성전자는 챗온을 카카오톡 대항마로 야심차게 내세웠지만 서비스 3년 만에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에서 벌이던 콘텐츠사업을 축소하고 대신 해외거점을 중심으로 콘텐츠와 플랫폼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챗온, 시장선점 못하고 사업종료
삼성전자는 챗온 애플리케이션 공지사항을 통해 “서비스 운영정책 변경에 따라 2015년 2월1일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라며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애플의 iOS와 윈도 등 모든 운영체제에서 서비스가 중단된다”고 19일 밝혔다.
대화방에 남아 있는 사진과 동영상 등은 서비스 종료 뒤 삭제된다. 이를 보존하려면 서비스 종료 전까지 ‘백업’ 기능을 활용해 내장 메모리에 저장하거나 개인 이메일로 전송해야 한다.
기기에 남아 있는 대화 내용은 서비스 종료 뒤에도 텍스트 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
챗온은 삼성전자가 2011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1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처음 공개한 모바일 메신저다. 그해 10월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한 뒤 애플 운영체제인 ‘iOS’용 버전과 블랙베리, 윈도 버전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챗온은 세계 200개 이상 나라에서 서비스됐다. 다양한 운영체제를 지원한다는 장점을 내세워 서비스 시작 2년여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 3년 만에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카카오톡을 넘겠다는 야심찬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챗온이 모바일 메신저시장의 패권을 장악하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경쟁 서비스보다 출시가 늦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출시됐다. 일본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네이버의 ‘라인’도 챗온보다 먼저 나왔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한 번 익숙해진 서비스를 쉽게 바꾸지 않는 편이다. 특히 챗온은 기능 면에서 기존 메신저와 차별점이 없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챗온 가입자수가 최근 2억 명을 넘었지만 실제 활성 사용자는 이보다 크게 적은 상황”이라며 “삼성그룹 직원들의 사내메신저로만 사용된 지 이미 오래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 갤럭시S4를 사용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챗온을 사용하는 시간은 한 달 평균 0.1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 삼성전자 콘텐츠사업, 국내서 해외로
삼성전자는 챗온 서비스 종료에 대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며 “앞으로 헬스와 모바일 커머스 등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국내 콘텐츠사업을 담당하던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사실상 해체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무선 관련 조직은 무선사업부로, 빅데이터센터는 전사 조직인 소프트웨어센터로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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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 |
삼성전자가 국내 콘텐츠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삼성전자는 미디어솔루션센터에서 출시한 ‘삼성북스’와 ‘삼성비디오’ 등의 서비스를 올해 안에 모두 종료한다. 챗온도 미디어솔루션센터가 개발한 콘텐츠다.
미디어솔루션센터장을 맡던 홍원표 사장은 글로벌마케팅전략실로 자리를 옮겼다. 홍 사장의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국내 콘텐츠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해외 개발조직에 힘을 싣고 있다.
국내 사용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뮤직’과 최근 미국에서 선보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비디오’는 모두 미디어솔루션 산하 해외연구소가 개발한 것이다.
플랫폼사업도 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은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오큘러스VR’과 협업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모바일 결제 협력을 논의중인 ‘루프페이’도 미국 벤처기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