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북미지역 광고에서는 ‘자동차의 안전사양이 옵션이라면, 우리의 생명도 옵션이라는 걸까요?’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안전사양이 옵션이 아닌 필수로 장착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광고 내용이다. 하지만 국내용 차량에는 이 안전사양이 옵션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 고객의 생명은 옵션인지를 현대차에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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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의 북미 광고 |
해외 고객 생명은 필수, 국내 고객 생명은 옵션
현대기아자동차의 에어백 사양은 여러 번 논란이 되었다.
2010년, 현기차 충돌 테스트결과 내수용 차량과 수출용 차량의 에어백 개수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져 비난을 받았다. 2011년에도 소비자 불만 사례를 고발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현기차가 내수용 차량에는 2세대 에어백을, 수출용 차량에는 3세대 에어백을 설치한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국내 소비자는 추가 요금을 내도 3세대 에어백을 구입할 수는 없었다. 현기차 측은 수출용에만 더 좋은 에어백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북미 지역의 법규상 3세대 에어백 장착이 필수라서 이런 차이가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법적 요구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탑승자를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소비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데도 현기차의 ‘내수용 고객 차별’은 해소되지 않았다. 올해 10월, 신동우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차의 미국 시장 판매용 제품과 내수용 제품 간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4세대 에어백을 장착하는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2세대 에어백을 장착한다는 것이었다. 현대차 김충호 사장은 에어백의 차이는 양국간의 법규 차이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하며 현대차는 국내 소비자 보호를 더 우선으로 한다고 해명했다.
해외에선 리콜, 국내에선 무상 수리
지난 7월에는 현대차의 신형 싼타페 누수 문제가 불거졌다. 현대차는 안전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구조적 결함이 아니니 리콜이 아닌 무상 수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대응은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는데, 문제가 발생한 싼타페가 2012년 4월 출시된 모델이었기 때문이었다. 현대자동차의 규정에 따라 당연히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싼타페 차주들은 이게 무슨 대책이냐고 반발했다.
결국 8월 1일 현대차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현대차가 품질 문제로 국내 고객들에게 사과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싼타페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된 것은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는 누수 문제가 생긴 싼타페를 새 차로 교환해주었다는 소식 탓이었다. 국내외 고객들에게 서로 다른 대응을 한다는 불만의 소리가 거셌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싼타페 교환이 있었던 이유는 누수 이외에도 앞유리 조립 불량 등의 추가적인 문제가 있어서라고 해명했다.
국내와 해외의 관련 법규가 달라 한 국가에서는 리콜 처리를 하고 다른 국가에서는 무상 수리나 교체 등을 실시하는 사례 자체는 잦다. 문제는 리콜이나 수리가 아니다. 현대차가 내수 시장 고객과 해외 시장 고객을 차별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싼타페 차주들은 지금 신차 교환 소송을 진행중이다. 이들은 현대차가 처음부터 차주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였다면 지금과 같은 불신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싼타페 차주는 현대차 측에서 조사중이라는 말로 일관하며 정보를 공유하지 않자 현대차 측이 문제를 알면서도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