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도 앞으로 최소 수년 동안 시장에 진출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웨이퍼(원판) 공급 부족과 기술특허 확보의 어려움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상위 기업들이 중국의 반도체사업 진출로 실질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중국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올해 생산시설에 투자를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까지 웨이퍼 공급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에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인 웨이퍼는 국내외 5개 업체가 99%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웨이퍼 제조기업들은 구매력이 높고 장기 공급계약을 맺기 쉬운 대형 반도체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중국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웨이퍼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노 연구원은 "수요 불확실성이 큰 중국 반도체기업에 웨이퍼 공급량이 매우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기업들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증설 투자를 벌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웨이퍼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향후 약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웨이퍼 제조 계열사인 SK실트론으로 안정적 수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현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수십조 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벌이며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물량공세를 벌여 한국 반도체기업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노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기업은 삼성전자 등 상위업체에 비해 공격적 증설에 나서기 불리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증설에 더 활발히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기업들이 반도체 기술력 확보를 위한 노력에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기술 특허를 얻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점도 시장 진출에 약점으로 꼽힌다.
노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기업은 우선 기술을 확보한 뒤 상당한 로열티를 내걸고 특허 제공 업체를 찾아나설 것"이라며 "특허를 제공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주요 메모리반도체기업은 중국의 시장 진출이 심각한 업황 악화를 이끌 것이라는 데 일치한 시각을 보인다. 이를 감수하며 중국에 반도체 기술 특허를 제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노 연구원은 인텔이 최근 중국기업에 메모리반도체 기술 제공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려운 선택지라고 바라봤다.
▲ 중국 XMC가 건설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공장 조감도. |
중국이 충분한 웨이퍼 물량을 확보하고 반도체 생산을 증설한 뒤 기술 특허를 얻는 과정까지 순조롭게 일이 진행돼도 본격적 사업 진출에 나서는 시기는 2021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만만치 않아 중국의 반도체시장 진출 목표가 결국 좌절될 수도 있다.
노 연구원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진출이 장기적으로 고려할 만한 업황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장기적 성장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가격 하락을 직접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견제 활동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의 반도체 가격 인상까지 관여하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기업이 다양한 해결책을 두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