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오른쪽)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낮게 판단해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KDB산업은행도 STX조선해양의 고강도 자구노력과 사업 재편을 전제로 은행관리를 추진하되 자구노력과 관련된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추진하기로 했다.
◆ 성동조선해양 법정관리 신청 결정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은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동조선해양은 유동성이 제한된 상황을 감안하면 2분기 안에 자금 부족과 채무 불이행이 걱정되는 등 현재 상태로는 경영활동 지속이 불가능하다”며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삼정KPMG회계법인의 산업컨설팅 결과 성동조선해양은 현재 신규수주 부진의 여파로 경영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파악됐다. 성동조선해양 인력의 40%를 줄이고 2조 원 이상의 금융지원을 해도 독자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성동조선해양이 선박개조나 블록 생산 등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인건비를 추가로 절감하더라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성동조선해양이 순손실을 5년 이상 보면서 유동성 부족에 계속 시달릴 것으로 예상됐다.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을 적용하더라도 성동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수출입은행은 판단했다. P-플랜은 단기간의 법정관리로 채무를 강제조정한 뒤 워크아웃처럼 채권단의 출자전환이나 신규자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기업 정상화절차를 뜻한다.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의 관리 아래 몸집을 줄이고 채무 재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해 사업전환이나 인수합병 등 다양한 회생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은 행장은 바라봤다.
은 행장은 “성동조선해양이 부도를 내는 것보다는 법정관리를 신청해 채무관계를 동결한 뒤 다른 방안을 찾는 것이 낫다”며 “(법정관리를 시작한 뒤 성동조선해양이) 파산할 가능성은 미리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은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과 소통해 회생계획 마련과 이행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협조하겠다”며 “금융당국과 긴밀하게 협조해 필요하면 금융 지원과 영업 지원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STX조선해양도 법정관리 가능성 남아
이동걸 회장은 “STX조선해양이 엄정한 원칙 아래 은행의 관리를 받는 방안을 추진한다”며 “컨설팅 결과와 관련해 STX조선해양 노사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뒤 컨설팅 수준 이상의 자구계획과 사업 재편방안이 담긴 노사확약서 제출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STX조선해양은 유동성 외에 추가로 관리해야 할 재무요인이 없고 신규 자금을 지원받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금을 기반으로 일정 기간 독자경영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력 선종인 중형탱커선과 건조 경험이 있는 소형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의 시황이 회복되고 있어 신규 물량 확보도 비교적 쉬울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은행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한꺼번에 신청할 때 협력회사를 비롯한 조선산업 생태계에 미칠 여파도 감안해 결론을 내렸다.
STX조선해양은 중형 탱커선시장에서 국내는 물론 중국, 베트남 회사들과도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원가 경쟁력도 나빠졌다. 수주 회복과 선가 상승 등을 감안해도 현재 경쟁구도와 원가구조로는 정상화를 이루기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감안해 산업은행은 고정비용 감축, 자산 매각, 유동성 부담 등을 자체적으로 해소한다는 자구계획에 동의하고 액화천연가스선 등 높은 부가가치의 가스선박을 수주하는 쪽으로 사업구조도 재편하는 확약서를 4월9일 전까지 내놓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동걸 회장은 “STX조선해양이 1개월 안에 독자생존을 위한 고강도 자구계획을 담은 분명한 노사확약을 내놓지 못한다면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STX조선해양이 노사확약서를 내면 수주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수금환급보증을 선별적으로 발급하기로 했지만 신규 자금은 지원하지 않을 뜻을 보였다.
또 STX조선해양이 자구계획을 미흡하게 이행하거나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 빠지면 그때도 법정관리 신청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