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도 주주총회 의사봉을 잡는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오른 뒤 지난해 4년 만에 순이익 흑자 전환 등 성과를 이끌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경영현안도 많아 경영능력을 오롯이 인정받기까지 갈 길도 멀어보인다.
대한항공은 23일 서울 강서구의 대한항공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연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조 사장을 재선임하고 사외이사 2명을 추가로 뽑는 등 안건들을 의결한다.
대한항공은 2017년 결산으로 보통주 1주에 250원, 우선주 1주에 300원을 현금으로 배당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이 배당을 실시하는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환율 하락 등에 힘입어 2017년 순이익이 4년 만에 흑자 전환한 덕분이다.
조 사장은 2016년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17년 사장으로 승진해 처음 주주들 앞에서 의사봉을 잡았는데 1년 만에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선물을 안기는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항공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좋지 않아 그만큼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앞으로 저비용항공사의 저가운임 공세에 대응해 대한항공 수익을 늘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7년 별도기준으로 영업이익이 2016년보다 11.4% 줄어든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저비용항공사들에게 여객수요를 잠식당한 점이 2017년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2017년 내국인 출국자 수가 2650만 명을 보여 2016년보다 18.4% 늘어났지만 대한항공은 그 수혜를 사실상 거의 보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2017년 국제선 수송객 수가 2016년보다 0.6% 줄었는데 저비용항공사들은 같은 기간 국제선 수송객 수가 41.9% 늘어났다.
중국 노선 부진에 대응하는 것도 조 사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조치에 대응해 대형 항공기 대신 중소형 항공기를 중국 노선에 투입하는 등 방식으로 중국 노선 공급을 줄였지만 수익을 방어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중국 노선에서 수요부진을 겪어 2017년 중국 노선 매출이 2016년보다 13.1% 줄었다.
조종사노조와 갈등을 봉합하는 일도 조 사장의 과제로 꼽힌다.
대한항공 노사는 2017년 임금과 단체협약, 2018년 임금협약을 놓고 교섭을 앞두고 있다.
노사는 2015년 임금 1.9% 인상, 2016년 임금 3.2%와 보안수당 5천 원 인상 등 내용을 뼈대로 하는 임금협상을 2018년 1월 체결했다.
2015년 10월 처음 교섭한 뒤 스물일곱달 만에 임금협상을 체결했지만 노사 갈등은 여전하다.
노사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로 이전한 뒤 근무조건의 변화 등으로 대립하고 있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의 조인트벤처 안착을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조인트벤처 사업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물꼬를 텄지만 조 사장이 진두지휘해 델타항공과 계약체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운영해 주력노선인 미주 노선에서 여객 유치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7년 기준으로 여객매출의 27.1%를 미주 노선에서 거둬들인다. 미주 노선은 여객노선 가운데 매출 의존도가 가장 크다.
대한항공은 조인트벤처 운영을 놓고 국토교통부로부터 승인을 받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인트벤처 승인을 놓고 “국토교통부로부터 아직 소식이 없다”며 “2018년 3월 안에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