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유가하락의 혜택을 봐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주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
하지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입장에서 반갑기만 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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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오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인수가격까지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자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전날보다 0.78% 오른 6490원으로 장을 마쳤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8일 9.19%, 9일 3.61% 올라 대항항공의 주가 상승률을 앞지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가상승은 국제유가 하락 덕분이다. 유류비가 줄어드는 만큼 항공사는 실적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연간 157억 원의 유류비를 절감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주가상승은 호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박 회장은 마냥 기뻐할 수만 없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금호산업을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 정도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계열사 대부분을 거느리고 있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사실상 금호타이어를 제외하고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가치가 자꾸 오르면 금호산업의 인수가도 함께 높아지게 된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조만간 금호산업 지분에 대한 매각에 들어간다.
박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가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돼 적어도 6천억~7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박 회장 혼자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힘든 만큼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해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본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뛰고 덩달아 금호산업의 몸값이 올라가면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투자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은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매각과정에서 투자자의 신뢰를 잃었고 최근 금호고속을 놓고 사모펀드와 갈등을 빚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수가격마저 오르면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